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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문화 culture/유교문화 Confucian culture 2016. 5. 13. 18:39
조선 500년사 최고의 정승으로 추앙받는 황희와 호를 고불(古佛)이라 하는 맹사성이 있다. 언제부턴가 맹사성의 고택을 맹씨행단이라 하였다. 왼쪽에 문화해설사 사무실이 있고 오른쪽에 300년 묶은 늙은 회화나무가 이제사 잎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맹사성이 어떤 사람이냐면 고규홍의 칼럼 '맹씨행단 은행나무'를 인용하니귀에 쏙 들어온다.
"나무를 심고 애지중지 키운 맹사성은 세종이 '태종실록' 완성 이후 미리 보자고 했을 때 이렇게 간언했다. "실록에 기재된 것은 모두 후세에 보이려는 지금 실제의 일입니다. 전하께서 보신다 하더라도 또한 태종을 위하여 고치지는 못할 것이며, 이제 한 번 보시게 되면 후세의 임금이 본받을 것이므로 사관이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사실대로 기록하는 직분을 다하지 못할 것이니, 무엇으로 장래에 신실(信實)함을 전하겠습니까." 이에 성군(聖君) 세종은 맹사성의 간언을 따랐다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의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전하는 이야기다."
정면에서 보이는 하트 모양을 담고 싶지만 담장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고 옆에서 보니 선명한 사진이 되는 향나무.
기념관을 뒤로 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은행나무 보호수가 팻말을 가운데 두고 옹위하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맹사성이 손수 심어 키운 600년된 한 쌍이다. 두 그루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해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쌍행수(雙杏樹)라고도 부른다. 행단(杏壇)은 학문을 배워 익히는 곳이라는 뜻이니 공자가 은행나무 단 위에서 제자를 가르쳤기에 유래된 말이다. 산동성 취푸현 공자를 모신 공부(孔府)에 행단이 있으며 이 행단 앞에 작은 살구나무가 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행단고슬(杏壇鼓瑟)도 살구나무 아래서 독서하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그림이다. 심사정의 연비문행(燕飛聞杏)에 살구나무가 등장한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살구나무가 은행나무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살구의 씨았이나 은행의 씨앗이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살구나무는 수명이 짧은데 은행나무는 천년목이므로 대목이 되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본래 최영장군이 살던 집인데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에 따른 정란을 피해서 맹사성의 아버지 맹희도가 이곳에 은거한 이후 고쳐 사용하였다. 최영장군의 손녀사위였던 맹사성이었지만 인물난에 허덕이던 이성계는 그를 중용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태종대에 판서 관찰사를 지내더니 세종대에 우의정에 올랐다. 예악에 출중했고 황희와 더불어 청백리의 표상으로 존경받기에 이르렀다.
행단의 뒤꼍으로 돌아가니 문을 활짝 열어 놓아 설화산을 바라볼 수 있다. 행단은 사적 109호로 지정되어 있다.
행단의 오른쪽엔 세덕사가 있다. 세덕사는 조선 개국세력에 반대하던 두문동 72현의 한 사람인 맹유, 맹희도, 그리고 맹사성 삼세대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세덕사는 보수중이다.
세 명의 정승 즉 맹유, 맹희도, 맹사성을 기리며 삼상정(三相堂)이라고 부르고, 세 사람이 제가끔 세 그루씩 아홉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해서 구괴정(九槐亭)이라고도 부른다.
구괴정으로 가려면 행단의 끝머리 쪽문을 지나 밭둑길을 5분쯤 걸어야 나온다. 아홉그루의 느티나무를 헤아려 보질 못했다. 소나무 사이로 언뜻거리는 배방산과 금곡천이 어울어진 아름다움이 크기 때문이다. 강호사시가를 뽑아낼만한 멋진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행단을 나와 설화농장 앞을 지나는데 화려한 꽃아까시가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강호사시가 시비를 물으니 행단에서 나가 금곡초등학교를 찾으라 하였다. 도로변에 신창맹씨세거지비를 비롯한 많은 비가 서 있다. 맹주상의 비림 시비,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및 연자루 시비, 효자비가 서 있는 정려각 등을 볼 수 있다. 강호사시가는 강호한정의 원류로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불변의 충정심을 노래한 양반문학의 대표작이다. 세상이 영악해져 다시는 이런 정승도 저런 백성도 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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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四時歌(강호사시가) /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1360~1438)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난다.
濁醪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ㅣ 안주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하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 춘사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有信(유신)한 江波(강파)는 보내노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하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 하사
江湖(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小艇(소정)에 그물 시러 흘리 띄여 더뎌 주고,
이 몸이 消日(소일)하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 추사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쓱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하옴도 易君恩(역군은)이샷다. / 동사
현대어 해석
자연에 봄이 찾아오니 깊은 흥이 절로 일어난다.
막거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다.
이 몸이 이렇듯 한가하게 노니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 봄
자연에 여름이 찾아오니 초당에 있는 이 몸은 할 일이 없다.
신의가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로다.
이 몸이 이렇듯 시원하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 여름
자연에 가을이 찾아오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라 있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 가 물결 따라 흐르게 던져 놓고
이 몸이 이렇듯 소월하며 지내는 것도 임금의 은덕이시도다. / 가을
강호에 겨울이 찾아오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덧옷을 삼으니
이 몸이 이렇듯 춥지 않게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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