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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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屈非심상 image 2023. 10. 4. 22:36
소금에 절여 바싹 말린 조기가 원래 굴비였다. 전라도에선 엮거리라고도 하였다. 굴비가 무슨 말인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아 더듬거리니 재미난 역사 이야기가 붙어 전한다. 고려시대 영광에 유배를 당한 이자겸이 왕에게 염장 조기를 진상하면서 “선물은 보내도 굴한 것은 아니다.”고 굴비’(屈非)라 적어 보낸 것이 이름의 유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역에서 전하는 민간어원인 것이고 학술적인 근거나 사실(史實)은 아니라고 한다. 굴비라는 이름은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구부러지게 되는데 그 모양새를 따서 구비(仇非)조기라고 하던 것이 굴비로 변한 것이다. 구비(仇非)는 우리말의 산굽이, 강굽이처럼 구부러져 있는 모양새를 일컫는 ‘굽이’를 한자어로 표기한 것이다. 보리굴비는 굴비를 바닷바람에 자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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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손심상 image 2016. 6. 9. 22:27
대청호. 수몰지구를 떠나지 못하고 구십평생을 살아온 위대한 손. 수몰지구 / 전윤호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 내리고 흘러넘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발전소의 터빈이 돌아간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잘 가라 슬픈 사람이여 너를 멀리 보내고 나는 충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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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심상 image 2016. 5. 5. 11:58
대둔산 수락계곡.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꽃이 지고 있다. 손에 꼭 쥐었던 것을 놓아버리고 있다. 어떤 꽃의 낙화에는 만행을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이 있다. 미련 없이 돌아서기 때문에 낙화에는 구차함도 요사스러움도 없다.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이별은 등 뒤를 허전하게 만들고, 며칠 눈물을 돌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