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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詩碑)가 아름다운 옥천 장계유원지 시비공원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09. 11. 23. 12:47
세한도 가는 길 / 유안진
세한도 가는 길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시란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 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겨울 노래 /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어제는 온종일 난(蘭)을 치고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대청호오백리길 10구간 장계유원지 내
박두진의 서한체, 유안진의 세한도 가는길, 박정만의 작은연가, 강은교의 너를 사랑한다, 유자효의 세한도, 정지용의 창, 문정희의 돌아가는길, 송수권의 눈내리는 대숲가에서, 유경환의 낙산사 가는길, 김종철의 등신불, 이가림의 석류, 오세영의 겨울노래를 비롯하여 승천, 백두산천지, 마음의 화상, 초설, 병 등의 시비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4월 하순이면 해마다 옻 축제가 열리는 읍내의 향수공원에 있는 시비도 타 지역의 시비와 차별성이 있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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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성자(聖者) / 조오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 조오현 스님의 시조다. 흔히 하루살이라고 하면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속성 때문에 ‘무상, 소인배’ 등으로 은유된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하루살이’는 성자를 은유하고 있다. 하루살이가 어떻게 성자가 될 수 있을까? 상상을 뛰어넘는 이 비유는 ‘아득한 성자’가 주목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라는 진술은 우주가 창조되는 순간부터 우주를 마무리하는 찰나까지의 운행 이치를 모두 터득한 하루살이의 하루를 의미한다.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탄생과 성장, 사랑으로 종족을 보존하는 모든 행위를 성취하는 압축적인 삶을 산 것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가 ‘성자’라는 생각에 이른다.
반면, 수행정진하고 있다는 시적 자아는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이라는 시적 진술로 미루어 하루살이에서 성자의 모습을 발견한 스님 또한 성자가 아닐까? 우리 범인이야말로 “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는/아득한 하루살이 떼”가 아닌가.
무산 조오현 스님은 밀양 출생이다. 백담사 회주스님으로 ‘만해 축전’을 주도하고 있다.
김연동(시조시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899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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