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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과 토지의 작가 박경리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07. 7. 30. 16:40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이 통영여자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가 가사교사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운명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움 1 /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해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에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2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없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박경리 문학비, 2006년 5월 12일.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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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書) / 청마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렬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나’ 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 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詩해설(정끝별 시인)
유치환 시인의 작품에서 애송시를 꼽으라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는 시 (행복)을 떠올릴 독자도 있겠다. 그만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라는 구절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실제로 그는 편지의 고수(高手)였다. 일본 유학 시절, 주일학교에서 만난 소녀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후일 그 소녀와의 결혼식 때 들러리를 섰던 화동(花童)이 먼훗날 ‘꽃의 시인’으로 유명해진 김춘수였다. 시조 시인 이영도에게 보냈던 편지들은 책으로 묶이기도 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나, “바람 센 오늘은 더욱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냐”(‘그리움’)와 같은 절절한 연시들은 바로 사랑의 편지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러나 이런 ‘사랑의 시인’ 과는 사뭇 다른 ‘의지의 시인’, 허무의 시인‘ 의 면모가 유치환의 진면목에 더 가깝다. 형이상학적인 역설을 근간으로 하는 “생명의 서”는 그이 시 정신의 정수를 보여 준다. 생명이 부대끼는 병든 상태에서 무생명의 공간, 바로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역설이다. 사멸, 영겁, 허적 등 관념적 시어가 사막의 무생명성을 강조한다. 또한 열사의 끝 그 “영겁의 허적” 속에 “호올로” 맞는 고독이 열렬하다는 것, 생명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회한 없는 백골”이 될 때까지 배우겠다는 것에서도 생명에의 역설은 두드러진다. 모든 생명의 본연은 무(無)다.생명의 시작은 죽음의 끝과 이어져 있다. 그러기에 사멸의 땅 사막에서 근원적 생명을 배우려는 것이리라.
대낮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영겁의 시간이 층층이 새겨진사막의 적막, 그 열렬한 고독 한가운데서 영원한 생명에의 충동이 샘솟는 단독자가 있다. 물 한 줄기 찾을 수 없는 사멸의 사막 끝을 생명에의 의지를 등에 지고 낙타처럼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생명의 ’서(書)‘는 생명이 충만한 삶의 서(序)와 서(誓)뿐만 아니라 경전의 의미까지도 담고 있다. 이렇듯 그의 시는 형이상학적 전통이 희박한 우리 현대 시사에서, 드물게도 인간의 의지 혹은 정신적 높이의 한 정점을 보여 주고 있다. 그를 ’생명파 시인‘ 이라 부르는 까닭이고 ’사막‘ 하면 그의 시가 떠오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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