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 영랑생가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07. 9. 1. 17:29
이번 탐사의 마지막 코스는 영랑생가다. 십수년 전에 처가가 목포인 관계로 예향인 전남지역을 두루두루 보았었다. 관광지로 개발된 것에 대한 실망 때문에 밖으로만 돌았다. 문화답사의 1번지라고 하는 강진이 이럴진대 어디를 돌아다니겠는가. 입구에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덩그마니 객을 맞는다. 당대의 석학인 이어령은 이 시를 해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이 꽃을 뜻하는 한자의 '花'는 풀초 밑에「변화한다」는 '化'자를 붙여놓은 글자이다. 민주화니 정보화니 딱딱한 말에 따라 다니는 그 글자가 왜 하필 꽃처럼 아름다운 것에 붙어 있는지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원래 '化'자는 사람이 서 있는 것과 구부리고 있는 것의 모양을 나타낸 상형자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자세처럼 수시로 변화(變化)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꽃처럼 변화무쌍한 것도 드물다. 어제까지 비어있던 풀잎이나 나뭇가지에 갑자기 티눈같이 작은 봉오리가 틔어난다. 그것이 몽우리지고 부풀어 오르고 터지면서 형형색색의 꽃잎과 향내가 피어난다. 그러다가 어느새 시들어 흔적도 없이 져버리고 그 빈자리에 열매가 열린다. 이렇게 트고 부풀고 터지고 피고 시들고 지고 열리는 것―그「동사(動詞)로서의 꽃」이 바로「花」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꽃을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로 읽어 온 경우가 많았다. 아름답다. 향기롭다와 같이 시화(詩畵) 속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꽃들은 영화(榮華), 가인(佳人)을 수식하는「형용사로서의 꽃」이었다. 영화(榮華)란 말 자체가 그에 속하는 글자다. '榮'은 벚꽃처럼 꽃잎이 자잘하면서 부리져 피어있는 꽃을 나타낸 것이고, '華'는 송이가 크고 그 꽃잎이 화려한 꽃을 가리키는 글자다. 특히 이「형용사로서의 꽃」을 대표해 온 것이 모란이다. 그 색이 화려하고 모양이 탐스러워 신라 때 설총의 글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귀공명을 상징해 온「花中王」이다. 그래서 베갯모나 수연(壽宴)의 병풍 속에서 모란꽃은 영원히 질 줄 모르는 꽃으로 수놓여져 왔다.
(하략)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구석봉과 이영순 http://ktk84378837.tistory.com/3501 김영랑 http://ktk84378837.tistory.com/3826 김정한 http://ktk84378837.tistory.com/5380
김현승 http://ktk84378837.tistory.com/4446 김환태 http://ktk84378837.tistory.com/4782 박재삼 http://ktk84378837.tistory.com/3491
박용래, 김관식, 한용운 http://ktk84378837.tistory.com/3570 박범신 http://ktk84378837.tistory.com/2561 박용철 http://ktk84378837.tistory.com/4445
변영로 http://ktk84378837.tistory.com/3492 서정주 http://ktk84378837.tistory.com/4447 신동엽 http://ktk84378837.tistory.com/1543
신석정 http://ktk84378837.tistory.com/4440 오장환 http://ktk84378837.tistory.com/925 유치환과 박경리 http://ktk84378837.tistory.com/4025
이문구 http://ktk84378837.tistory.com/1542 이무영 http://ktk84378837.tistory.com/4436 이병기 http://ktk84378837.tistory.com/5453
이영도와 최계락 http://ktk84378837.tistory.com/1804 이상화 http://ktk84378837.tistory.com/371 이효석 http://ktk84378837.tistory.com/4439
정지용 http://ktk84378837.tistory.com/4419 조명희, 조벽암 http://ktk84378837.tistory.com/4437 조정래 http://ktk84378837.tistory.com/4441
채만식 http://ktk84378837.tistory.com/4444 최명희 http://ktk84378837.tistory.com/3140 홍명희 http://ktk84378837.tistory.com/4438
한용운 http://ktk84378837.tistory.com/5332 시비가 멋진 공원 http://ktk84378837.tistory.com/1756
'문화 culture > 문학 literature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영로의 논개와 촉석루 (0) 2008.02.19 송호리 솔숲의 구석봉과 이영순 시비 (0) 2008.02.09 박용래, 김관식, 한용운, 최원규가 있는 사정공원 (0) 2007.11.20 공주 박희선 시비 (0) 2007.11.15 청마 유치환과 토지의 작가 박경리 (0) 200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