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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7-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기타 etcetera 2008. 10. 5. 20:44
성북동 산에
본래 살던 비둘기만이
번지가 사라지듯
세종시가 들어서기 전에
온갖 새들은 떠나고
마을 신도보다 먼저
교회도 대전으로 떠냤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위대한 제국을 꿈꾸는
호랑거미 한 마리가
후손을 위해 거미줄을 쳤다.
권력이 백성을 버렸던 기억을 되살려
거미들은 신앙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 살 뿐이다.
세종시 입구 나성동 나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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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십자가 / 김규동
흐른다
구름과 강물이
때 맞춰 흐른다
야밤에 공장 독극물이 흐르듯이
나도 끝간 데를 알 수 없는
물 위를 흐른다
365일 혈관 속의 액체가
숨차게 파닥거리지만
그물에 매인 물체야
어디로 간들 북처럼 울려보기나 하랴
아이야
네 이마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보고 또 본다
나는 이미 귀가 멀어
산지사방에서 울부짖는 비명소리 듣지 못하니
하루 해 저무는 것이
저승의 나팔소리같이 새롭기만 하다
옛날에는 가을날 밭 가장자리에 내려와 선
하얀 옷의 여신을 흠모하기도 했으나
그 평화는 새가 날아간 자리 모양
텅 비었다
견딜 수 없을 때
눈을 감아보는 버릇을
가슴속 암종을 달래듯이
사쁜히 간직하고서
자, 오늘은 무슨 사냥에 나설 것이냐?
나가 보자
폐허 위에 서면
두 다리 바람에 쓸리고
이마는 다시 열기를 띠어
아무리 시도해봐야 소용이 없는
그 성공이라는 관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하는 거다
구름은 강물과 때맞춰 흐르고
사람은 제각기
백지에 싸인
의식의 내부를 우왕좌왕
유리벽 속
물고기같이 부유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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