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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기타 etcetera 2008. 10. 28. 16:16
마늘 까는 노인 / 유용주
평생 세월을 빗자루질했다 젖은 몸 아린 마음이었다 습관 속에는 닳고닳은 문턱만큼이나 때절은 머릿수건 둘러쓰고 꽁초까지 말아 꾹꾹 눌러 삭였던 담배 냄새만큼이나 깊은 슬픔이 마디마디 숨어 있다 그 옹이만 남아서 오히려 부드러운 나이테로 마른 눈물과 한을 파종하고 울화로 어혈 든 주름 고랑을 경작하고 살아왔는데 그저께는 하나밖에 없는 손자(아들과 며느리는 교통 사고로 먼저 갔다) 녀석이 방위병인 친구와 술 먹고 남의 집에 뛰어들었다 ------ 준강도 혐의, 38도가 넘는 뙤약볕, 한나절 내내 사람 그림자 없더니 문간에 부고 한 잔 툭 떨어진다 어떤 기척도 저 칡뿌리 노인네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걸레인, 세월의 완강한 빗자루인 저 사람 같지 않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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