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홍) Liverleaf

화려하진 않지만 아내가 외출했다. 퇴근길에 휴대전화 소리는 어디야? 언제 와? 뭐 이런 종류다. 그러다 가끔 오늘 모임이라 저녁 먹고 들어 갈게~. 전기 코드 꼽고 취사만 누르면 돼. 엄마 없는 집에 홀로 들어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허전하다. 아이들의 그때쯤은 놀이터나 친구집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용기도 그럴 필요도 없다. 알았으니 잘 놀다가 와요.(사실 ~요는 가끔이다.)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피차 가끔은 자유롭다. 오래전 몰락한 양반집이라 가문의 법도마저 없는 집안의 자식이다. 조부모님으로부터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불알 떨어진다 소릴 듣고는 자랐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멀쩡하다. 가뭄에 콩 나지만 설거지도 하고 이따금 쌀도 씻어 얹힌다. 그래서 난 부엌엘 자주 가는 편이다. 끓여놓은 곰국이라도 있으면 육수에 라면이니 대박인데 아쉽다. 자. 이제 양은냄비에 물을 300cc 정도 붓고 끓인다. 신라면을 반을 쪼개 넣고 스프는반 못되게 넣는다. 끓을 때 긴 젓가락을 이용해 라면발을 건졌다가 넣고를 몇 번 해주면 면발이 좀 쫄깃하다. 냉동실의 새우나 오징어라도넣으면국물 맛이 금상첨화다. 보통은 깔끔하게 먹느라 흰자는 익히지만 노른자는 반숙이다. 걸쭉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노른자를 터트려 휘젓기도 한다. 이때 파송송 썰어넣고 김치국물 두 숟깔 정도 흘려주면 시원하고 칼칼하다. 좀 느끼하지만 퓨전 맛을 보려면 마요네즈에 비비기도 한다. 오늘은 그냥 깔끔하게 김치국물만 넣고끓인다. 이제 젓가락에 면을 감아올려 후루룩 들이키고 알맞게 식은 따뜻한 국물에 김 모락모락 넘치는 뜨거운 흰밥 한 술 말았다. 맛에 집중하기 위해 TV도 켜지 않는다. 6만원짜리 일식 먹는 것보다 3만원짜리 칼질하는 것보다 훨 맛스럽다. 쩝, 이 맛이야. 조선의 맛 !  맛도 맛이지만 몸도 훈훈해지고 소화도 잘 된다. 영락없이 몸에 밴 서민의 가끔은 아내가 없어도 행복한 순간이다. 엄마보다 아빠가 끓이는 것이 훨씬 맛 있다고 입대하기 전에 막내가 예찬하던그 솜씨다. 후루룩 짭짭 입맛을 다시면서 빈그릇을 개수통에 넣고 입을 헹구는데 띠띠띠띠 비밀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난다.밥만 먹고 참 일찍도 들어오는 착한 아내다. 나이 들면 들수록 여자도갈 곳이 마땅찮을 거다. 그러니 부비부비 서로를 이뻐해야 한다. 노루귀처럼 곱디 고운 우리 아내.

노루귀 Liverleaf, 장이세신(獐耳細辛), 설할초(雪割草), 파설초(破雪草), 학명 Hepatica asiatica. Hepatica는 잎이 간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이  8-25cm. 잎은 삼각 모양의 심장형에 잎몸은 3개로 갈라지고 뒷면에 솜털이 나 있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아서 붙여졌다. 4~5월에 잎보다 먼저 흰색 또는 엶은 홍색으로 1개씩 피고 수술과 암술은 다수이고 노란색이다. 7~8월에 작은 수과가 달린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주로 운동계·소화기 질환 즉 간기능회복, 두통, 복통, 설사, 위장염, 장염, 종독, 지음, 진통, 창종, 치루, 치통, 치풍, 해수를 다스린다. 울릉도에 섬노루귀, 제주도에 새끼노루귀가 서식한다.

흰노루귀 http://ktk84378837.tistory.com/892 http://ktk84378837.tistory.com/1623 http://ktk84378837.tistory.com/2384

청노루귀 http://ktk84378837.tistory.com/3312 http://ktk84378837.tistory.com/904

분홍노루귀 http://ktk84378837.tistory.com/4500 http://ktk84378837.tistory.com/376 http://ktk84378837.tistory.com/2382

http://ktk84378837.tistory.com/2441 애기노루귀 http://ktk84378837.tistory.com/1589

 

 

노루귀꽃 숨소리 -山詩․23  /  이성선

 

 

늦은 저녁 산에 귀 대고 자다

 

달빛 숨소리 부서지는

골짜기로

노루귀꽃 몸을 연다

 

작은

이 소리

 

천둥보다 크게

내 귀 속을

울려

 

아아

 

산이 깨지고

우주가 깨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