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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Hollyhock초목류 wild flower/아욱과 Malvaceae 2016. 7. 4. 22:45
어떤 이가 접시꽃을 부용화라 올렸기에 수정 댓글을 달아주면서 찾아보니 뜻밖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접시꽃이 왜 없지? 예전에 담아둔 것을 뒤적거리니 꽤 나오기에 이것저것 올려본다. 가로에 심은 부용화(목부용)을 보고 젊은 엄마가 아이에게 무궁화라 알려주기에 깜짝 놀랐던 수 년 전의 기억이 있다. 부용은 수련과의 연꽃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연꽃을 닮은 것 같지 않은 이 부용화는 목부용이며 하이비스커스 계통이다. 접시꽃은 촉규화라는 생약명이 있는데 연원이 꽤 오래되었는지 신라의 문장 최치원의 한시가 전한다. 최치원은 신라를 대표하는 천재로 당(唐)에서 급제하여 벼슬을 살며 '황소의난'을 토벌한 공신이었으나 신라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렸다. 고국이라고 돌아왔으나 따뜻한 대접을 받지 못하자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는 시를 지었으니 바로 '촉규화' 이다. 촉규화는 이렇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민초에 불과하였으나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접시꽃 Hollyhock, 촉규화(蜀葵花), 덕두화(德頭花), 접중화, 촉계화, 단오금, 황촉화(黃蜀花), 덕중화, 덕두화(德頭花), 일일화(一日花), 층층화(層層花), 촉기근(蜀其根). 학명 Althaea rosea. 꽃과 열매가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 한다. 꽃은 6월경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자루가 있는 꽃이 아래쪽에서 피어 위로 올라간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5개가 나선상으로 붙는다. 꽃색은 붉은색, 연한 홍색, 흰색, 등 다양하고 겹꽃도 있다. 수술은 서로 합쳐져서 암술을 둘러싸고 암술머리는 여러 개로 갈라진다. 줄기, 꽃, 잎, 뿌리를 약재로 쓰고 염증, 이뇨작용, 피부염 등에 좋고, 특히 부인병 등 여성 질병 치유 약재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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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규화(蜀葵花) - 최치원
寂莫荒田側 (적막황전측) 거친 밭 언덕 쓸쓸한 곳에
繁花壓柔枝 (번화압유지) 탐스런 꽃송이 가지 눌렀네
香輕梅雨歇 (향경매우헐) 장맛비 그쳐 향기 날리고
影帶麥風의 (영대맥풍의) 보리 바람에 그림자 흔들리네車馬誰見賞 (거마수견상) 수레와 말 탄 사람 그 누가 보아주리
蜂蝶徒相窺 (봉접도상규) 벌 나비만 부질없이 엿보네
自慙生地賤 (자참생지천) 천한 땅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棄遺 (감한인기유)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참고 견디네고흐 '접시꽃과 아이'
접시꽃당신 /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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