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 image
-
그림 한 폭심상 image 2008. 3. 26. 20:12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 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 기어오르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냐 흡혈귀처럼 붙어있는 이것이 나의 사랑은 아냐 살아온 나날들이 식은 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 저 담장을 넘어가야 한다 당당하게 내 힘으로 서게 될 때까지 사막까지라도 가야만 한다 ㅡ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더 멀리 달아는 생명의 원심력 ㅡ 수록시집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도서출판 청맥 ) 발표년도 1989
-
정류장 시리즈-의자(倚子)심상 image 2008. 3. 11. 09:14
2월 28일 오늘은 나홀로 수락으로 향한다. 어디 전화를 해본 적이 별로 없어 누구를 불러내기도 누가 불러내지도 않는다.그래서들 날짜를 밖아놓고 동호인활동을 하는거겠지만 그 기회가 닿지 않을 땐 혼자가 좋다. 수락에 도착하니 의자 위는 녹았지만 탁상 위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아침 햇살에 곱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차가 멈추기를 기다린다.기다림도 멈추지 않고 그리움도 멈출 까닭이 없다.그리워하기 위해서라도 멈출 수는 없다. 의자 https://ktk84378837.tistory.com/393 http://ktk84378837.tistory.com/3456 의자 /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
-
음(陰)과 양(陽)심상 image 2008. 3. 2. 21:14
주산지를 둘러보느라 경황이 없던 터에 일행 중 하나인 김황이 이런 것이 안목이라며 가리킨 곳엔 방책 때문에 그늘진 곳만 얼음이 녹질 않았다. 세로 두 길이 사진으로는 그늘인 것 같지만녹지 않은 얼음길이다. 주산지. 산그늘 / 이남일 산 바람 물 그림자 그리운 곳에 하루만 머물고 싶다. 아침에 부신 눈으로 숲속을 내다보다가 떠나온 곳 다시 그리워질 때 그 때 바람으로 돌아오고 싶다. 지나간 그렇고 그런 기억들 모두 탁 털고 산 그늘에 묻히기 전 짧은 하루 햇살로 돌아오고 싶다. 계절의 틈 사이로 언뜻 하루만 머물다 누군가 문득 그리워질 때 서둘러 새벽길을 돌아오고 싶다.
-
서리심상 image 2008. 2. 9. 20:14
검은 새벽 어떤 부지런한 이 대뜸 일어나 차창에 그려놓은 하얀 서리화 차례상 물리고 작은집 가려하니 이때쯤빙설로 범벅되더니 성묘 가려 나설 쯤엔 그목숨 햇살이 거두어버렸네 오는 곳만 모르더냐 가는 곳도 모르더라 서리같은 우리 인생 자동차 앞유리. 하얀 서리꽃 / 하영순 별님이 속삭이다 떠난 실개천 임의 입김 물안개로 서성입니다 그리운 임 보낸 허전한 마음 아침 햇살 살며시 쓰담아 주면 서럽다 말 못하고 은구슬 눈에 달고 답하는 아픔. 사랑도 설렘도 짧은 한 순간 어쩌자고 그리움을 새겨 놓았나 하얀 서리꽃
-
두 갈래 세 갈래심상 image 2008. 2. 4. 13:28
식장산. 이끼나무 숲으로 가자 / 김희경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 싶거든 이끼 나무 숲으로 가자 삶이 무엇인지 참으로 알고 싶거든 평화의 땅 뉴질랜드 이끼나무가 있는 숲으로 가자 온몸은 상처투성이 모두들 창문 걸어 잠근 계절에 안식을 찾지 못한 가슴 위로 피슬피슬 안개꽃 피어오르고 나는 목마름으로 햇빛을 찾아 헤맨다 피곤에 지쳐 잎도 꽃도 외면한 늪 속의 삶은 밤마다 이별을 향한 노래 부르네 참 평안이 거기 있다 쓸쓸이 아름다운 곳 새도 없어 적막한 이끼나무 숲으로 가자 출전시집 브레지어가 작아서 생긴 일 ( 리토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