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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한 폭
    심상 image 2008. 3. 26. 20:12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나호열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 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 기어오르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냐

    흡혈귀처럼 붙어있는 이것이

    나의 사랑은 아냐

    살아온 나날들이

    식은 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

    저 담장을 넘어가야 한다

    당당하게 내 힘으로 서게 될 때까지

    사막까지라도 가야만 한다

     

    ㅡ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더 멀리 달아는 생명의 원심력 ㅡ

     

     

    수록시집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도서출판 청맥 ) 발표년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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