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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선생님기타 etcetera 2007. 7. 30. 17:51
선생님이라는 명사 / 이기철 겨울 지나 봄볕에 말린 솜이불 같다 언 손 호호 불며 쬐는 난롯불 같다 유리창을 새어 나오는 한 옥타브 울림을 가을에는 얇은 그림책 한 권 사 들고 가난한 아이를 찾아가는 옷이 얇아 조금 추워 보이는 그림자 머릿속에 출석부 첫 이름과 끝 이름을 죄다 인쇄해 두고 하얀 교실로 걸어가는 사람 오늘 밤 별이 땅에까지 내린다면 그 사람 때문에 내린 것이다. 내일 아침 길가에 물양지꽃 핀다면 틀림없이 그 사람 때문에 핀 것이다 이 세상의 가장 나지막하고 귀한 이름 송구하게도, 나도 그 중의 한 명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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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골목심상 image 2007. 7. 30. 17:44
목포 대성동. 이 골목 끄트머리에 우리 장모님이 홀로 사신다. 대성동 2/ 나해철(羅海哲, 1956- ) 뜨신 날이면 차라리 길 위에 누워 잠이 드는 사람들의 마을 대성동 고갯길을 내려오면 연탄가게와 튀김집 사이마다 황시리빛 노오란 등불을 켜고 사위어버린 추억과 기쁨을 꿈꾸며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침묵하는 만화가게 유난히 꿈꾸는 집이 많아 그만큼 흐린 슬픔도 넘치는 동네 모퉁이에는 취한 듯 바다를 보는 듯 아이들을 태운 채 손수레 목마는 젖어 있고 낡은 카세트는 뜨겁게 미래소년 코난과 마징가 제트를 부른다 힘센 정의의 로보트는 오지 않고 오늘도 앉은 키의 노인 난장이 오두커니 바람 속에 서 있는데 더벅머리 총각이여 잠시 우리 그와 함께 하자 여기는 형제의 아픔으로 제 가슴을 채우는 대성동 마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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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공원기타 etcetera 2007. 7. 30. 17:38
갓바위공원 http://ktk84378837.tistory.com/4011 갓바위는 천기 500호 http://ktk84378837.tistory.com/5025 목포를 기억 해주셔요 / 정아지 내 고향 목포에 마음이 머물면 그리 그렇게 그립습니다 다정한 사람들이 기대어 있는 그곳은 싸아한 파도소리를 숨겨놓은 그리운 저편 제 추억입니다 봄이면 유달산 노적봉에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고 그 너머 조각공원 옆 유채밭엔 나비들이 맴을 도는 한가로운 정오에 달성사 염불소리 저 멀리 삼학도로 메아리 되어 오가는 고기잡이 배 주춤됩니다 숨이 멈추면 잊어 질려나요 언제나 꿈속에서 나타나는 그곳은 그리운 저편 제 본향입니다 싸아한 비릿내가 늘 코끝에 머무는 뒷개 길을 다리가 다 낳으면 세발낙지로 힘을 타서 종일 혼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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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산1번지기타 etcetera 2007. 7. 30. 17:36
목포. 대성동 산1번지 처가에서 마주 보는 좌상 유달산과 우상 붉은건물이 성 바오로병원이다. 대성동* 1 / 나해철(羅海哲, 1956∼ ) 대성동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폐지처럼 쌓인 집들이 몸 비비며 토해낸 돌덩이의 길을 내려오면서 오래 바라보지 못한 마당이며 부엌인 한뼘 습기진 어둠 따개비처럼 벽에 박힌 문지방마다 따스하게 겹쳐 있던 검정 고무신, 슬리퍼 그리고 남비며 밥솥. 한오라기 빛 쪽으로, 기울어진 문틈에 앉아 돌의 얼굴로 침묵이거나 낡은 잡지를 그저 넘기던 노인 등뒤로 들짐승의 눈빛처럼 파랗게 빛나던 흑백 TV. 골목과 흙밭 위에서 가끔씩 아이들은 씻긴 나무뿌리처럼 엉키고 누워서 사회책일까 하늘을 가리며 책을 읽는 어린 소녀.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눈시울은 젖고, 가슴엔 일어서는 바람.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