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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산1번지기타 etcetera 2007. 7. 30. 17:36
목포.
대성동 산1번지 처가에서 마주 보는 좌상 유달산과 우상 붉은건물이 성 바오로병원이다.
대성동* 1 / 나해철(羅海哲, 1956∼ )
대성동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폐지처럼 쌓인 집들이
몸 비비며 토해낸 돌덩이의 길을 내려오면서
오래 바라보지 못한 마당이며 부엌인
한뼘 습기진 어둠
따개비처럼 벽에 박힌 문지방마다
따스하게 겹쳐 있던 검정 고무신, 슬리퍼
그리고 남비며 밥솥.
한오라기 빛 쪽으로, 기울어진 문틈에 앉아
돌의 얼굴로 침묵이거나
낡은 잡지를 그저 넘기던 노인
등뒤로 들짐승의 눈빛처럼 파랗게 빛나던
흑백 TV.
골목과 흙밭 위에서 가끔씩 아이들은
씻긴 나무뿌리처럼 엉키고
누워서 사회책일까 하늘을 가리며
책을 읽는 어린 소녀.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눈시울은 젖고, 가슴엔 일어서는 바람.
흙바람 속 대성동 사람들 이 사람들과
무엇을 했는가 뜨겁고 쓰라린 마음을 주었는가
진창의 골목길을 생각했었는가
진정으로 나는 가수가 될 수 있는가
내려가는데
흘러내리는 물지게를 진 더벅머리는 올라오고
한쪽 어둠이 열리며
박 속처럼 새벽처럼 희고 눈부신
저 처녀 쏟아지고.
* 대성동 : 목포에 있는 산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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