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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대성동. 이 골목 끄트머리에 우리 장모님이 홀로 사신다.대성동 2/ 나해철(羅海哲, 1956- )
뜨신 날이면
차라리 길 위에 누워 잠이 드는
사람들의 마을 대성동 고갯길을 내려오면
연탄가게와 튀김집 사이마다 황시리빛
노오란 등불을 켜고
사위어버린 추억과 기쁨을 꿈꾸며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침묵하는 만화가게
유난히 꿈꾸는 집이 많아
그만큼 흐린 슬픔도 넘치는 동네
모퉁이에는 취한 듯 바다를 보는 듯
아이들을 태운 채 손수레 목마는 젖어 있고
낡은 카세트는 뜨겁게 미래소년 코난과 마징가 제트를 부른다
힘센 정의의 로보트는 오지 않고
오늘도 앉은 키의 노인 난장이 오두커니
바람 속에 서 있는데
더벅머리 총각이여 잠시 우리 그와 함께 하자
여기는 형제의 아픔으로 제 가슴을 채우는 대성동 마을
우리가 더불어 하나가 되면
대성동 사람이 되면 하늘은 가깝고
붙잡은 손마다 불같이 뜨겁게 흐르는 물결로
가슴은 떨리리라
머릿수건 동여매고 외쳐 파는 흰 소금이 다디달고
* 대성동 : 목포에 있는 산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