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etce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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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엔 빗방울 듣고기타 etcetera 2009. 11. 10. 15:41
대청호. 빗방울 교향곡 / 김용국 천길을 달려온 빗물이 곤두박질로 착지를 한다. 마른 자갈 밭에서 바다에서 흐르고 넘실거리고 춤추며 부서진다. 사연을 짓기론 수일일까. 수개월일까. 태고의 약속일까. 저 추녀 끝에 바둥거리는 빗방울 왜 이다지 서글플까. 가슴 저밀까. 서해의 사연이 동해에 와서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서산의 나무꾼이 나무를 하고, 도끼자룰 만들고, 동산의 나무를 꺼꾸러 트리고, 꽃을 꺽고. 그대의 쟁여둔 말이 사연이 되고, 비가 되어 내린다. 내 공허의 가슴을 가로 지르며 격동한다. 포효한다. 때론 그대의 말이 가슴에 걸린다. 답답하다. 비는 허공의 천만길을 단 수초에 대지를 두드리는데. 추녀의 빗방울은 그 팔척의 높이를 하루가 걸리고 이틀이 걸린다. 가슴에 맺힌 그대의 말이 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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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목(怪木)기타 etcetera 2009. 11. 6. 18:22
계룡산 계룡산 천태산 천태산 계룡산 하늘이 걸터앉아 있는 나무들 / 김나영 구부러진 꿈을 펴서 길을 만든다. 사람들은 땅 위로 길을 내고 나무들은 하늘로 길을 낸다. 잎새 뒤에 몸을 감추고 끊임없이 길을 뽑아내는 저것들 좀 봐 가지 끝 생장점마다 수많은 혓바닥을 헐떡거리며 제각기 움켜 쥘 하늘로 달려가는 나무들, 꽝꽝나무, 말오줌때나무, 아그배나무, 왕쥐똥나무, 층층나무, 이스라지나무, 병솔나무, 새덕이나무, 까마귀베개나무, 쉬나 무, 좀꽝꽝나무, 비쭈기나무… 그 이름에 걸맞는 몸짓으로 한 생애를 길에서 다 써 버려도 좋을 기세들. 그 대열에 주저앉은 한 그루 나무가 있다. 이름도 없이 뭉그러진 아랫도리만 바라보는 괴목을 하늘이 짓누르고 앉아 있다. 어떤 꿈의 회오리가 생의 중심을 저리 뒤틀어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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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동굴-기타 etcetera 2009. 10. 19. 14:41
자연사에서 계획한 올해 마지막 탐사는 고씨동굴과 한반도지형이다. 고씨동굴 맞은편에 동굴생태전시관(관장 최용근)을 개관했다. 최용근관장의설명을 통해 동굴탐사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였다. 위 사진은 생태관의 내부시설 중 하나다.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시멘트 콩크리트로 건설된멋대가리 없는 다리를 건너 고씨동굴로 들어섰다. 고씨동굴은 임진왜란 당시 고씨 성을 가진 사람의 피난처인 것이 유래가 되었다. 말이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보호받고 있지고씨동굴은 엉망이다. 좁고 낮은 길에 철근구조물을 깔아 미끄러지진 않지만 발소리가 시끄럽다. 가져갈만한 종유석은 훼손되어 있고 못가져갈만한 것들엔 이끼가 끼어 푸릇추릇하다. 욕선대에 이르러서는 관람객들마다 무엇을 기원하는지 동전을 던져넣어 수북하다. 일반인들이야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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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복과 독서하는 소녀기타 etcetera 2009. 9. 11. 13:26
이승복 사타구니에 쌀살벌이 왱왱거린다. 용평 http://ktk84378837.tistory.com/1909 이승복. 어느덧 1968년이구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를 외치다가 무장간첩에게 입을 찢겨 죽임을 당했다는 ... 그의 생가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대관령 자락 계방분교(폐교)에 있다. 그의 동상은 전국 각지의 모든 초등학교에 세워졌고 반공교육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속리산면 산대리의 초등학교 폐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승복은 죽지 않고 자리를 지켜 서 있다. 이념의 갈등이 애매모호한 시대가 온 것을 미물도 아는 것일까. 이승복의 사타구니에는 쌍살벌이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 새끼를 돌보느라 적을 위협하는 모양새가 꽤 험악하다. 따끈한 햇볕이 들고 비를 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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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고추축제장기타 etcetera 2009. 9. 8. 11:40
청양 구기자축제장. 청양장 / 공광규 토끼 팔러 온 할머니 입이 오종종 토끼 입이다 소 팔러 온 할아버지 눈이 왕방울 눈깔이다 고양이 팔러 온 할머니 얼굴이 고양이 상이다 족제비 가죽 팔러 온 할아버지 턱이 뾰족하다 닭 팔러 온 할머니 종아리가 닭살이다 뱀 팔러 온 할아버지 눈이 뱀눈이다 강아지 팔러 온 할머니 눈이 강아지 눈망울이다 염소 팔러 온 할아버지 수염이 염소수염이다 양 팔러 온 할머니 젖이 무릎까지 늘어졌다 돼지 팔러 온 할아버지 코가 돼지코다 밴댕이젓 팔러 온 할머니 성질이 밴댕이 소갈머리다 새우젓 팔러 온 할아버지 허리가 새우처럼 굽었다 메기 팔러 온 할머니 입이 메기입이다 원숭이 데리고 온 약장수가 원숭이를 닮았다 약장수 주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 모두 길짐승과 날짐승과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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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 김대중대통령 추모(追慕)기타 etcetera 2009. 8. 24. 11:28
서대전시민공원. 김대중 http://ktk84378837.tistory.com/1966 노무현 http://ktk84378837.tistory.com/2190 잔인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며 / 이제민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겨울을 견디고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인동초처럼 모진 고난과 박해를 이겨낸 당신 IMF 극복, 이산가족 상봉, 6·15선언,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신 당신 그러나 당신의 숙원이고 온 국민의 염원인 조국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했을 때 "나의 반쪽을 잃어버린 것 같다."라며 통곡을 하신 때가 눈앞에 선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드린 지 8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