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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대 & 억새 & 달뿌리풀 -
    초목류 wild flower/벼과(화본과) Gramineae 2011. 10. 24. 14:55

     

    물억새 군락 앞에 삐죽 서 있는 거무튀튀한 키다리 아저씨가 갈대랍니다.'갈'은접두사일 가능성이 있으나 노(蘆)이며, '대'는 갈의 줄기가 대나무 마디를 하고 있어서 붙은 명사죠.갈대의 채 피지 않은 이삭을 '갈품'이라 하고 그 꽃을 '갈꽃'이라 합니다.갈꽃의 한자어는 노화(蘆花),위화(葦花)랍니다.

    그렇다면 '대'는 접미사로 쓰였을 것입니다.박인로의 "누항사"에 '노화 깊은 곳에 명월청풍 벗이 되어 임자 없는 풍월강산에 절로절로 늙으리라."속명의 Phragmites는 그리스명의 ‘Phragma(울타리)’로 냇가에서 울타리모양으로 자란다는 데서 유래합니다.'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비밀을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며 누설했다고요? 대청호에서.

     

     

    억새는 '억세다'의 '억'과 풀의 뜻을 지닌 '새'의 조합이니 '이파리가 억센 풀'이다.

    억새풀의 꽃을 '새품'이라 합니다. (도깨비바늘의 고어이기도 하죠.)갈대의 매력은 거센 바닷바람에 나부끼며 울어대는 연약한 모습 때문에 감상과 사유가 어우러져 있습니다.억새는 산 정상을 굽이치는 바람과 가을 햇살에 부서지는 은빛군무의 화려한 율동이 황홀할 정도죠.물억새 역시호수나 냇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은빛 머리를 나부끼는 아름다운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고복수 노래 '짝사랑'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잖아요.작사자인 김능인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으악새'에 대해서는 호사가들만 재미를 보고 있죠.우선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 왜가리의 사투리, 뜸북새의 전라도 사투리라네요.시대적 배경과 감상적인 표현의 연관성을 보아도모든 해석이 가능은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절 첫 소절은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되고2절 첫 소절은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로 이어지며3절 첫 소절이 '아- 단풍이 휘날리니 가을인가요'로 맺어짐을 볼 때각 절을 대구나 열거로 보면식물(억새)로, 반복으로 보면 동물(왜가리 혹은 뜸북새)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어떠한 해석에도 이것이 가장 어울린다라고 가늠하기 어렵습니다.이것이다, 저것이다가 아니라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겠다는 거죠. 오서산에서. 2006년.

     

    위는 갈대와 혼동하기 쉬운 냇가에 사는 달뿌리풀입니다.달뿌리풀의 '달'은'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이 아니라'뿌리를 달고 다니는 풀'이라는 뜻이라네요.냇가에 가보면 달뿌리풀은 기는줄기 마디가 뿌리를 달고 벋어 나가거든요.뭉쳐진 갈대는 '갈'로, 갈대보다 엉성한 달뿌리풀은 '달'로 갈래지었으니 형제인 셈이죠.우리의 언어가 참으로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청호에서.

    달뿌리풀 http://ktk84378837.tistory.com/2554 http://ktk84378837.tistory.com/5239 갈풀 http://ktk84378837.tistory.com/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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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뿌리풀  /  도종환

     

     

    햇볕에 쩍쩍 바닥이 갈라지는 모래밭에선

    물 한 방울에 목숨을 거는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큰 물에 모든 것이 뒤집히고 떠내려갈 때면

    외줄기 생명으로 버티며 살았습니다

    독하게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에 가시가 돋았지만

    이렇게 살아온 내 목숨의 표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한번도 내가 먼저 남을 질러본 적은 없었습니다

    뜻없이 남을 해쳐본 적도 없었습니다

    평생 화려한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평온한 날이 오면

    풀줄기 몇잎 키워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느님이 생명을 주신 풀입니다

    달뿌리 이렇게 이름 석자도 지어준 풀입니다.

     

    출전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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