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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5일장풍경 landscape 2009. 1. 22. 13:48
곱고 단정한 메생이, 정약전(丁若銓)의 어류 연구서인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 성종 때의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 東國與地勝覽>에는 장흥지방의 ‘진공품(進貢品)’으로 기록되어 있다. 화순오일장.
매생이국이 파도소리를 퍼 올리다 / 박상건
누군가를 기다린다, 바다로 열린 창가에
蘭줄기가 그리움의 노을바다를 젓는다
울컥, *龍井의 매생이국이 파도소리 퍼 올린다.
장작불 지피며 기다림으로 저물어 가고
온 식구들 가슴 따뜻하게 말아주던,
*공돌 소리마다 겨울밤은 아랫목으로
깊어 갔다.
등외품 신세인지라 공판장엔 따라가지 못하고
완행버스에 절인 눈물 다 쥐어짜고서야
자판에서 실핏줄의 눈을 뜨던, 그 눈길에 타들어 가던
광주 양동시장 인파 속의 햇살들.
햇살들이 백열등을 밝히고 귀항하는 노(櫓)소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야 마는,
그리운 갯비릿내 치렁치렁 밀려온다
저 바다로 靑銅울림들 처 올린다.
*龍井: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정식 집
*공돌: 김을 말리는 것을 발장이라고 하는데, 이 발장은 팽이처럼 나무로 만든 공돌에 실을 감아 베를 짜듯이 떠넘기면서 왕골 띠를 엮어간다
싱싱한 보리싹.
보리 싹 / 김지하
옛 거리는 침침하고
나는 굳어 돌이 되었네
겨울 나무에
새도 오지 않고
죽음은 늘 곁에 머물고
대낮에도 별을 보던 눈
이제는 멀어 옛 거리 침침하고
내 마음 캄캄하다
나는 굳어 돌이 되었네
기억 속에 떠오르는
검은 흙
파릇파릇한
보리의 새싹.
수록시집 花開 ( 실천문학사 ) 2002
흥정.
화순 http://ktk84378837.tistory.com/2477 대사동 http://ktk84378837.tistory.com/2486 신탄진 http://ktk84378837.tistory.com/3520
5일장의 기억 / 노태웅
옛날 생각이 나서
오일장 서는 길거리에 나서니
줄 지어선 바구니 속에서
어머니의 마음이 먼저 와 나의 손을 잡는다
텃밭에 가꾸어놓은
상추 ,쑥갓, 아욱
담장에 오르던 호박 한 덩이
자라목을 하고
집을 나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도랑을 건너면
인정 메말라 타버린
쇼핑 센터
넘어가는 햇살에 울타리를 친다
어두운 밤길
그 울타리 밖에서
사슴 목을 하고
하루를 털어버린 기쁨으로
귀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오일장 서는 날이면
나는
옛날 생각이 나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빙빙 장터의 구석을 누비고 있다.
돼지족발 손질
먹자 골목길 풍경 / 윤인환
새벽 두시반. 낮동안 보지 못한 괴물들 출현이다. 쓰디 쓴 소주에 목욕한 통닭 한마리 휘적이며 걸어 간다 몸통이 분리된 잘 익은 족발 세트 가을빛에 불타버린 가로수에 기대어 섰다 이들의 제어판은 골방에 곰팡핀 대한민국 헌법이 아니라 장승처럼 부릅뜬 빨간 신호뿐 한밤을 휘저으며 갈곳을 잊지 않은게 그래도 다행이다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인지 제집으로 가는 것인지 허공속 파란불 따라 꾸루르 꿀꿀, 꼬꼬댁 꼬꼬 비틀 비틀 걸음을 옮긴다 내일은 희망의 노래 하나 들을수 있을까 내일은 어떤 괴물이 이 골목의 주인이 될까 저만치, 길잃은 아구 한마리 입닫은 전봇대 붙잡고 웩웩인다 경제(經濟)와 잠자던 만추가 화들짝 놀라 애꿋은 달을 깨운다 지휘자도 필요없는 오페라 샹숑만 능숙히 거리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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