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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 오려나-풍경 landscape 2009. 4. 23. 22:34
둥근빗살현호색.
큰아들은 공군을 지원해 군산비행장에서 복무를 마쳤는데 맘은 고달펐는지 몰라도 몸은 편했다.
휴가도 6주마다 한 번씩나와서 해방감도 자주 맛보고공부도 하던 애라 책도 보는 여유를 가졌었다.
덕분에 제대하자마자 영국으로 날아가 6개월 어학연수를 성공리에 마치는 득이 있었다.
성공리라는 것은 캠브리지대학 ESOL 2등급 합격증이 날아왔고, 토익 975점을 맞았으니기뻐서 하는 말이다.
작은 아들은 애비를 닮아 무재주가 재주인지라 대를 이어서 충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파주의 비룡부대 25사단 70연대 8125부대에서 일빵빵 81mm 박격포 짊어지고 다니다가 OP 거쳐서 지금은 통신병이다.
지 말대로라면 훈련이 좀 빡세다, 힘들어서 입술이 튼다 체력이 달린다 하니 맘은 편해도 몸은 힘든모양이다.
내 눈에 보니 이등병 때나 지금이나 새까맣게 타고 여기저기 긁히고 손이 트고 북두가시다.
몸이 고달픈 만큼 부대 밖으로 나오는 것이 꿈인지라면회보다는 외박이 목적이다.
저만 그렇지 않고 다들 그런 모양인데 생업에 면회조차 자주 할 부모는 얼마나 되겠는가.
가만 생각하니 아비 생각으로 대를 이어 전방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자기위안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부에 걸멎게 자식들의 근무지를편하다하는 곳으로 빼돌린다.
예난 지금이나 차 떼고 포 떼고 말단 소총수 보직은끝발없는 별 볼 일 없는 집 자식들 뿐이다.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이기 전에 약육강식의 섭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종의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지금도 안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과 부탁 한 번 해 볼 걸하는 후회 반반이다.
이런 고민의 기회를 준 아들이 밤에는 위수지역 내에서 뱅뱅 돌다가 늦게 돌아와 늦잠을 자고 있다.
그 아들 덕에나는 냇가로 나와 들현호색을 만난다.
철조망에 온몸을 감긴채 꽃을 피운 모습이 밝아보이질 않는다.
외곽으로 빠져나가니 감악산 입구다.
절벽에 매달린 진달래는 김소월의 영변의 약산을 떠올린다.
북의 탱크공격을 지연시키는 콩크리트장애물이 길가 곳곳에 흉물스러게 버티고 있다.
아는 지 모르는 지 그 사이에서 철모르는 복숭아는 발갛게 웃는다.
갈 때도 이 길 돌 때도 이 길 임진강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철조망 뿐이다.
진달래
개복숭아
철조망
애기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4557 점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4555
쇠뿔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4558 http://ktk84378837.tistory.com/2351
댓잎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844 http://ktk84378837.tistory.com/1626 가는잎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1652
빗살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4556 http://ktk84378837.tistory.com/2337 http://ktk84378837.tistory.com/4594
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4559 http://ktk84378837.tistory.com/4504 http://ktk84378837.tistory.com/2401
http://ktk84378837.tistory.com/890 http://ktk84378837.tistory.com/883 흰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2402
들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818 http://ktk84378837.tistory.com/2335
왜현호색 http://ktk84378837.tistory.com/884 http://ktk84378837.tistory.com/1627 http://ktk84378837.tistory.com/351
큰 눈, 파주 / 박준
파주에 와서야
시간을 긴 눈으로 본다
아침에는
두텁고 무거운 이불을
개지 않아도 되어 좋았고
점심에는
개를 잡았다며
아랫집에서 수육을 삶아 왔다
아버지에게는
단호박을 쩌 온 것이라고만 말해두었다
수육이 담겨 있던 접시를 씻어
아랫집으로 간다
그 집 마당에는
이제 혼자 묶여 있는 개가
흰두개골을 옆에 두고
언 땅을 자꾸만 파 내려가고 있었다
내일은 큰 눈이
온다고 하고 그러면
나에게도 그 개에게도
발에 밟히는 눈의 소리가
재미 있게 들릴 것이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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