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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우포(牛浦)여-
    풍경 landscape 2009. 5. 21. 10:09

    하, 주말마다 비가 내린다?

    지난주 과학관 자연사연구회에서 1박2일을 시행하였다.

    람사르총회로 더욱 알려진 창녕의 우포늪은 처음이라 호기심도 많고 기대도 컸다.

    매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비를 국민이 고대하고 있으니 주룩주룩 내려야 하건만 하필이면 잡아놓은 날 질금질금이라니...

    그나마 총무는 노는 토요일이지만 대부분 교육직회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깜빡했다나 해서 부랴부랴 쫒아간 행사였다.

    그러니 기다리던 비지만 하늘이 쬠 야속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머피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는 사실을 나도 깜빡 하고 만다.

    아마 사진부터 생각하니 이런 아쉬움이 있던 모양이다.

    사진 욕심에서 벗어나니 세상에 이런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귀한 경험이 어디 있겠느냐.

    비안개 자욱하게 펼쳐진 원시의 모습을 보라.

    순박하기 짝없는 티플로도쿠스와 흉폭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놀고 시조새가 난다고 생각해 보라.

    뭐 그리 멀리까지 가겠는가.

    이 제방을 연인끼리 걸으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우포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가시연꽃 등 340여 종의 식물과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1만5천 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낙동강은 강이 아니라 내륙의 좁은 만(灣)이었단다.

    이후 강의 양쪽에 모래와 흙이 쌓여 비옥하고 넓은 둑(자연제방)을 만들어지고.

    주변에는 강이 굽이굽이 흐르다 잘려서 생긴 우각호(oxbow lake)나 낮은 지대에 습지가 만들어지고.

    우포는 그렇게 홍수지대 습지(floodplain wetland)로 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소벌, 나무벌, 모래벌에서 일제는 우포, 목포, 사지포로 지명을 개정한다.

    우포늪 동쪽에 제방을 축조 개간하여 면적이 3분1 가량 줄어든다.

    그래서 우포는 늪이 아니라 저수지가 되었다고 이상명 박사가 역설한다.

    1962년 백조(고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1973년에 해제된다.

    산업화와 함께 농경지 확장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크고 작은 대부분의 늪지들이 농경지로 변하였다.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 1998년 람사국제협약에 등록,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이번 탐사에서 몽골여인 바트마를 만났다.

    이상명박사가 초청한 몽골과학관 직원이다.

     

     

     

     

    우포늪 통신  /  강경보

     

     

     

    저 왕버들 뿌리를 만져본 적 있니?

    일억 년도 넘은 우포늪이 말을 다 한다는데

    말이 샘물처럼 고여서 이제는 아예

    제 몸이 말이라고 그냥 그런 줄 알라고

    그때부터 마음의 생각들 어린 물풀로 올린다는데

    왕버들 뿌리 끝에는 이동통신기지국이 있어서

    어젯밤부터 물젖은 전파를 내 가슴에 쏘고 있다

    마름풀 가느다란 줄기가 팽팽하게 진동하면

    나는 겨드랑이 어디쯤서 추억의 소리 듣는데

    가려움은 피돌기를 따라 발끝까지 흐르는구나

    그래 알겠다,

    가시연 생이가래 개구리밥처럼 나도 한 때는

    수생의 푸른 꿈 꾸었는지 몰라

    구로동 종각을 오가며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왕버들 뿌리 같은 어머니에게서 뻗어 나와

    공기주머니 허파를 숨쉬며 전송하노니,

    아직은 잘 살고 있습니다 몸에서는 가끔

    자각자각自覺自覺 무심무심無心無心

    물소리도 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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