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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Hanoi) 거리의 순간들문화 culture/해외 foreign travel 2009. 11. 18. 17:57
베트남 하노이.
월남 이발관 / 안시아
산동네를 삼대 째 지키고 있다
창문 너머 면도거품 같은 구름 지나가면
이발사는 하얗게 아침을 부풀린다
어긋난 문틈에서 비어져 나온 삼색 싸인볼은
늘 제자리로 시간을 회전시킨다
머리칼을 움큼 뜯어내던 낡은 바리깡은
그녀가 배웅하던 나트항 항구까지
금방이라도 들쭉날쭉 길을 낼 것만 같다
초침처럼 가위가 째깍거리고
삼십 년 단골은 의자에 기댄 채 잠이 든다
쿵더쿵 바퀴를 움켜쥐던 고향길처럼
사람들 이 곳에서 시동을 꺼뜨리기도 한다
뒷목을 주무르다 올려다보면 천장의 선풍기
우두두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어느새 퀴논 상공에 떠 있다
어디쯤에서 철모를 잃어버렸을까
오랜 편두통처럼 그 자리, 욱신거린다
연탄난로는 연통으로 긴 숨을 고른다
철사줄에 널린 수건에 햇살이 개켜지면
한나절을 데운 연탄재가 가게 앞에 놓인다
날을 벼리며 새운 숱한 밤들,
이발사는 까만 숫돌 위에 물을 끼얹는다
어둠으로 철조망을 두른 골목마다
조명탄처럼 터지는 별빛이 총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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