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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骨利水)로 태어난 죄 painted maple -초목류 wild flower/단풍나무과 Aceraceae 2011. 3. 19. 21:29
고로쇠는 골리수(骨利水)에서 왔다.나무의 수액을 마시면 뼈에 이롭다고 해서 불려진 이름이다.한방에서는 풍당(楓糖)이라 하여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에 사용한다.잎이 나기 전에 수액을 채집하느라 골짜기마다 비닐 봉지가 길게 매달려 있다.나무는하루종일 땅속에서 물을 빨아먹고 양분을 만들어 가지로 올려보내지만,밑둥에 드릴로 판 구멍에 파이프를 박은 인간들이 수액을 가로챈다.인간을 이롭게 하는 나무라고 하지만 그건 인간 편에서 하는 말이고,나무 입장에서는 매일 먹어야 할 식량의 일부를 약탈당하고 있는 것이다.중국을 여행하던 중에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곰사육장을 갔었다.곰쓸개를 판매하는 농장이었다.굵직한 쇠창살 속에 반달곰이 한 마리씩 들어 있는데 모두들 가슴에 파이프가 박혀 있었다.예전에는 쓸개 하나를 얻기 위해 곰을 죽였다.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니 꾀를 낸 것이다.그래서 곰의 쓸개에다 가느다란 파이프를 박고는 그 액을 빼내 팔아 먹는 장사였다.곰은 죽을 때까지 황금알을 낳기만 할 뿐 댓가는 영양실조와 동공이 풀린 눈빛 뿐이었다.녹슨 철창 속에서 야위어 가는 절망과 분노의 울부짖음만이 귓전을 내내 후볐다.고로쇠나무 역시 죽지도 못하고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피를 빨리우고 있다.그 중에 바닷바람을 쐬지 않는 지리산 고로쇠가 최고란다.잎자루가 긴 긴고로쇠, 잎이 다섯 갈래이며 뒤에 털이 난 털고로쇠, 잎이 일곱 갈래인 왕고로쇠,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지는 산고로쇠, 열매가 예각으로 벌어지는 집게고로쇠, 잎자루가 붉은 붉은고로쇠가 있다.
고로쇠나무 Painted Mono Maple, 단풍나무과. 학명 Acer mono. 좌선을 하던 도선국사가 일어나면서 꺾여진 나뭇가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신 것이 골리수(骨利樹)가 되어 고로쇠나무가 되고 같은 운명으로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다래나무 등이 있다. 고로쇠 물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과일에도 흔히 들어 있는 수준이다. 특정 병을 고치는 약리작용을 가진 것도 아니고 천연건강음료에 불과하다. 제발 현혹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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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聖者) / 이상국
곡우 무렵 산에 갔다가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고
피를 받아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무엇이 모자라서 사람들은
나무의 몸에까지 손을 집어넣는 것인지,
능욕 같은 그 무엇이
몸을 뚫고 들어와
자신을 받아내는 동안
알몸에 크고 작은 물통을 차고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그가
내게는 우주의 성자처럼 보였다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고로쇠나무들의 수난 / 최진연
사람들은 고로쇠나무 옆구리에
생재기로 구멍을 뚫는다.
그 상처에서 흐르는
하얀 피
사람들은 그것을 만병통치의 약수라 한다.
생각해 보라,
.건강을 사고 팔 수 있을 듯이
고로쇠나무의 고통을 거래하는
나무들의 잔인한 신들이여
그대들 옆구리를 뚫으면 무엇이 나올까.
누가 뚫었는지 모르지만
탐욕의 활비비로 스스로 뚫었는지도 모르지만
인생의 옆구리에 구멍 뚫린 사람들
명치끝에서 떨어지는
하얀 피를 본다.
내 옆구리에 구멍 뚫리지 않았어도
고로쇠나무들의 피 같은
눈물이 흐르는 날
양지에는 몰래
노루귀, 영춘화(迎春化)가 피고 있었다.
* 활비비 : 활같이 굽은 나무에 시위를 메우고, 그 시위에 송곳 자루를 건 다음 당기고 밀고 하여 구멍을 뚫는 송곳
고로쇠 옆구리 / 김정애
뚫어야만 다스려지는 상처가 있다
뭉툭한 옆구리에 핏물을 가두고
거친 호흡으로 살아가던 나무가
잎사귀의 언어로 조용히 말을 걸어올 때
꿈의 밑동에서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세상에 저문 울음들을 끌어안고
복수腹水를 다스리는
노모의 시간
살갗 밑으로 가는 뿌리가 자라나고
산을 들어 올릴 듯 무거워진 몸으로
때론,
내 것의 체취도 조금은 빼내고 살자며 옆구리를 들춘다
콸콸콸 쏟아내는 물속에는
어머니의 깊은 한숨과 불면의 시간들이 우러나 있고
혈관을 따라 울려 퍼지는 피의 음악이 스며 있어
꿀떡 삼킬 순간을 놓치고 숲에 안겨본다
바람을 휘저으며 폭포를 향해 뻗어가던 기상과
쇳물을 다스리는 철의 여인 같던 고집이
명치 한복판을 뚫고 뼈의 무늬로 흐르고 있다
우글거리는 잎사귀를 향하여
응달을 다스리고 있다.
-2013년 신춘문예 무등일보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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