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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월산 秋月山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10. 19. 21:05

    아귀만큼 큰입을 쩍 벌린 나도송이풀이 진공청소기처럼 등에를 빨아들인다.

     

    밤새 소곤거리며 내려앉은 가마골 이슬이 마르기 전의 물봉선은 목욕탕에서 방금 튀쳐나온 가을처녀다.

     

    대롱대롱 바람에 매달린 모습이 댕글댕글한 댕댕이덩굴 열매.

     

    한동안 눈괴불주머니로 알았다가 눈괴불주머니는 북방계 식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다 하여 정보를 수정하게 된 선괴불주머니.

     

    노란 고들빼기 속에 파묻혀 꿀을 빨아대는 남방노랑나비는 몸만 바쁜게 아니라 마음이 더 바쁘다.

     

    꼭두서니. 대추 볼 붉어지는 것과는 달리 꼭지부터 물들기 시작한다.

     

    만져보면 딴딴한 느낌인 오디지만 터치면 감추었던 우윳빛 끈끈한 액즙이 쏜아져 나오는 꾸지뽕나무 열매.

     

    추월색이 완연해진 쑥부쟁이.

     

    흰구름송편버섯. 송편 모양을 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이런 둥근 모양도 볼 수 있다.

     

    조개껍질버섯. 구름송편 같기도 하지만 뒤집어 속살을 보면 굵고 깊은 빗살무늬다.

     

    열매가 쌍둥이이고 타원형 몸매인 산둥굴레 열매.

     

    이파리가 오동나무 잎만큼 큼지막한 큰천남성. 저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천하의 서화담도 무너뜨린 황진이의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북방풀노린재는 자신의 은거지인양 비비추 열매 곁을 떠나지 않고 카메라를 피해 빙글빙글 맴돈다.

     

    산골짜기까지 파고든 주홍서나물. 불교를 받을 때는 이차돈의 아픔이 있었고 기독을 들일 때도 순교의 통곡이 있었지만 외래식물들은 무한 리필이다.

     

    끝무늬먼지벌레나무늬먼지벌레와 별다른 점을 찾기 어려운 노랑무늬먼지벌레.

     

    미국미역취와 혼동되는 양미역취. 미국미역취는 잎의 결각이 심하지만 양미역취는 미끈한 편이다.

     

    열매가 장구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은 장구밤나무 열매.

     

    산가막살나무 열매. 가막살나무의 열매에는 털이 보이는데 산가막살나무 열매에는 털이 보이지 않는다.

     

    난티나무 잎처럼 잎끝이 절단된 듯한 난티잎개암나무.

     

    박각시나방이 날아드는 차나무가 차가운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아직도 하얀 꽃을 매달고 바람에 덜렁거린다.

     

     

    추월산 / 천양희

     

     

    바람이 먼저 능선을 넘었습니다. 능선 아래 계곡이 깊고 바위들은 오래 묵묵합니다. 속 깊은 저것이 母性일까요. 왼갖 잡새들, 잡풀들, 피라미떼들 몰려

    있습니다. 어린 꽃들 함께 깔깔거리고 버들치들 여울을 타고 찰랑댑니다. 회화나무 그늘에 잠시 머뭅니다. 누구나 머물다 떠나갑니다. 사람들은 자꾸

    올라가고 절골 물소리는 자꾸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것이 저렇게 태연합니다. 無等한 것이 저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누가 세울 수 있을까요 저

    무량수궁. 오늘은 물소리가 절창입니다. 응달 쪽에서 자란 나무들이 큰 재목이 된다고, 우선 한 소절 불러제낍니다. 자연처럼 자연스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나는 저물기 전에 해탈교를 건너야 합니다. 그걸 건넌다고 해탈할까요. 바람새 날아가다 길을 바꿉니다. 도리천 가는 길 너무 멀고 하늘은

    넓으나 공터가 아닙니다. 무심코 하늘 한번 올려다봅니다. 마음이 또 구름을 잡았다 놓습니다 산이 험한 듯 내가 가파릅니다. 離俗고개 다 넘고서야

    겨우 추월산에 듭니다.

     

    - 문학동네 1997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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