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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청호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9. 20. 22:42

    이질풀 참 곱다. 이질에 잘 듣는다고는 해도 알 수가 없다.

     

    깨풀 참 앙징맞다. 깨풀이라고 고소한건 아니다.

     

    주홍서나물은 꽃이 붉지만 붉은서나물은 희다. 이걸 보고 '웃기다'라고 하면...

     

    간버섯 참 매혹적이다. 독이 없는데도 고혹적이다.

     

    검은테연두왕거미 참 게으르다.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지루함을 모르는 녀석이다.

     

    닷표늪서성거미 참 음침하다. 거미는 다 그렇다.

     

    각시뒷노랑수염나방 한국동란 때 쌕쌕이처럼 참 날카롭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참 끈질기다.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까.

     

    연분홍실잠자리 참 뜨겁다. 햇빛을 피하지 않는다.

     

    조개껍질버섯 참 매말랐다. 비좀 와야 할까?

     

    붉나무 종자가 참 많이도 붙었다. 저 많은 후손을 퍼뜨려 뭐할라꼬!

     

    지치가 애초 이렇게 수줍었던가. 흙담 모퉁이를 도는 색시같다.

     

    노랑코스모스는 더 부끄러워하네. 뒷모습만 보여주거든.

     

    천변을 지배하고 있는 외인부대의 상징 가시박도 꽃은 순하디 순하게 생겼다.

     

    천일홍 색깔 참 매혹적이다. 자주색은 다 홀린다.

     

    어리연꽃 그 뜨거운 욕조에서 노천사우나 중이다.

     

    구름송편버섯 흰 둘레가 참 아름답다. 운지버섯 구름버섯이란 말이 사라졌다.

     

    두엄먹물버섯 보기만 해도 먹물이 튀어나올 듯하다. 괴곡의 산장처럼 기괴하다.

     

     

    어리연꽃 / 김승기

     

     

    꿈속에서라도

    꼬옥 한번은 만나고 싶은

    얼굴

     

    늘상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다가도

    단 하루

    반짝 맑은 날이면

    내 가슴 어리연 연못에

    박꽃 닮은

    연꽃 피는데

     

    잠겨드는 산 그림자

    흰 구름만 동동 물 위에 떠서

     

    꽃은 피는데

     

    그렇게 꽃 속에 어리며

    물안개로 피어오르는데

     

    바로 엊그제 본,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 어머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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