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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 끄적거린 한나절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3. 27. 22:40

    흰털괭이눈이 여기저기 엄청 올라왔다.

     

    그제만 해도 바삭바삭 하더니 찔끔거린 봄비에 싱그러워진 깃털이끼.

     

    빗물은 역시 생명의 근원인지라 초롱이끼는 더 싱그럽다.

     

    댓잎현호색도 띠엄띠엄 보이기 시작했다.

     

    식장산에도 복수초가 있었남? 막걸리집 사장님 말로는 아는 사람이 근처에서 캐다 심었다는데....

     

    깨소금 향이 도는 듯한 개암(깨금)나무의 암수꽃.

     

    오호라, 녹음으로 뒤덮인 한라산 분화구를 연상시킨 산화되기 전의 그루터기.

     

    연못 울타리엔 히어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식장산.

     

     

    히어리 / 김승기

     

     

    햇살 눈이 부셔 아침이 우울한

    봄날의 고갯마루

    겨울강을 건너온 허기 채우려고

    그리움 깊은 미선나무꽃을 찾았습니다.

    이른 잠 깨어 눈 비비는

    분홍미선 상아미선 푸른미선

    눈곱을 떼어내고 있었습니다.

    무거워지는 우울증으로

    가슴팍을 움켜쥐며 주저앉는데

    눈앞에서 푸르노란 함박웃음으로 반겨 주는 히어리,

    허기진 우울증이 멀리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기쁨 추스리고 보니

    먼발치서 산수유 진달래 손을 흔들고,

    산버들 능수버들 호랑버들

    한결같이 웃고 있는 연두빛 얼굴,

    봄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히어리,

    한나절을 얼굴 보며 소곤대다가

    돌아오는 길 담장 옆에서는

    목련 개나리 그제서야 손톱눈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벚꽃 피기 전,

    한 번씩 찾아오는 눈부신 봄날의 우울증을

    그대, 히어리가 씻어 주었습니다.

    히어리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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