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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산에서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3. 20. 22:58
제비꽃 가운데 가장 먼저 비집고 나온 둥근털제비꽃.
꽃이라 하기엔 너무먼 산거울 일명 가는잎그늘사초.
파리 한 마리가 생강나무 향에 취하다.
해도 들지 않고 바람도 일지 않는 적막한 곳에서 세상 신기한 듯 고개 내민 진달래.
길가엔 영락없이 길마가지가 내 가지를 꺾어다가 길마가지로 쓰세요 애걸한다.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감추어진 식장산.
굴피와 솔송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생강나무 꽃 필 무렵 / 김승기
해마다 기다린 만큼 손 흔들며
다가오는 보슬비
마른 나뭇가지에 얼굴 부비고 있다
빗물에 입맞춤하는 나무들
꽃눈 틔우려나 보다
눈가에 맺히는 이슬이 붉다
지금쯤 은한 강물에 머리 감고 계실까
동백기름 바르시고
참빗으로 머리 빗어 쪽을 지시던
생강나무 꽃길 밟고 가신
할머니, 펄럭이는 옷자락에서 생강 내음 일던
어릴 적 기억
떨어지는 빗방울에 묻어 있다
비 그치면 꽃망울 부풀겠지
꽃향 실은 바람은
또 한 바탕 머리 풀어 놓겠지
여전히 꽃 속에서 웃고 계실 할머니
생각으로 지금도 가슴 설레는 손자는
이제 팔다리 저리는 중년,
온몸 감싸고도는 무거운 물안개
떨치며 휘저으며 밀어내는 손길 밖으로
겨울이 저만치 가고 있다
아, 어쩌면 좋아
할 일 마치고 떠나는 행복한 길인데,
산허리 돌아가고 있는 겨울
그 등 굽은 뒷모습이 쓸쓸하다
시집명 :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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