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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11. 7. 22. 21:31
월성.
울진 부구리에서 / 김태수
원자력 발전소가 저만치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팔월 더위는
작은 마을을 그을고
바람 한 점 없는 동해가
내리는 땅거미로 검다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나이프로 찍어 바른
회색 물감, 발전소가 음산하다
이 저녁
체르노빌의 그것처럼 꿈틀거리며
죽음의 재를 토할지도 모를 일이다
십 오 년 전이던가 세상의 부랑아였던
나는 무임승차로 이곳에 버려졌다
국민학교 선생이었던 후배와
개울의 다리 밑에서 은어회 안주하여
소주를 마셨다 물에 발 담그고
저녁답 달맞이꽃 흐드러지게 핀 방죽엔
휘파람으로 바람만 지나갔다 아우도
서울로 가고 온통 군대의
열병식인가 마을도 손 넣으면
메기 몇 마리쯤 금세 잡힐 것 같던
방죽도 각진 시멘트 조각으로
땜질되었다 바다마저 숫제
거절의 몸짓이다
웬일일까 이 저녁 주머니도 두둑한데
어둠 속에서 일어서는 까닭 없는 두려움
그 때 은어회 싱그럽던 냄새와
이른 달맞이꽃 흐드러지게 폈던
울진군 북면 부구리는 어디 있는가
언제 무뇌아가 태어날지도 모를 밤
새색시는 뱃속 아기를 쓰다듬으며
잠들었을까 바닷기슭에 붙은 집들마다
희미한 불빛들, 벌써 금간 원자로에서
스멀스멀 죽음의 재가 스며 나와 덮칠지 모르는
바닷가 작은 마을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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