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구목이 이끼계곡3풍경 landscape 2013. 6. 26. 11:32
이끼 / 임혜신
상냥한 그대, 그대가 비록
맑고 쾌활한 호수 같이 눈부시고 청정하나,
그러나, 그러하나, 왠지,
그대 또한 어느 모호한 안개의 거리
은밀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으로 혹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그렇다면 지금 다가와 봐
낮은 곳에 서식하는 내게
눈물의 발아래 기생하는 푸른 식물에게
선택되었던 자와 버림받았던 자
행복했던 자와 불행했던 자, 그렇게
믿었던 자와 의심했던 자들의
살과 뼈에 자라나는 촉촉한 깃털들에게
어둠 속에서 더 잘 번식하는 용서의 입술에게
한 마리 승냥이가
깔고 안기 좋을 만큼
밟고 걸어다니기 더 좋을 만큼 고요한 양탄자
속죄하는 짐승의 어깨
길게 갈라진 슬픔의 상처를
끌어안고 타오르는 오, 나지막한 불의 가슴에게
내가 알려주지
그대가 근심한 시간과
공간의 저 신비한 희생자들이 모두,
어디서
얼마나 평안히 쉬고 있는 지를
'풍경 land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명승9호 (0) 2013.08.26 관매도에 매화가 없고요. (0) 2013.08.26 장구목이 이끼계곡2 (0) 2013.06.26 장구목이 이끼계곡1 (0) 2013.06.26 현충원 현충지 (0) 201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