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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매도에 매화가 없고요.
    풍경 landscape 2013. 8. 26. 13:50

     

     

    바닷가 민박집  /  이생진



    바닷가 민박집
    여기다 배낭을 내려놓고
    라면 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커피 한잔 옆에 놨다
    오른 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건 거창하게도
    내 인생 철학이다
    철학이 없어도 되는데
    80이 넘도록 철학도 없이 산다고 할까 봐
    체면상 내건 현수막이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인사동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낙원호프집에서 부르는 구호도 이거다
    그런데 이 민박집에서는 진짜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호프집보다 이 민박집이 좋다

    바다는 누가 보든 말든 제 열정에 취해 여기까지 뛰어든다
    그 모습이 나만 보고 달려오는 것 같아 반갑다
    다시 돌아갈 때는 모든 이별을 한꺼번에 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바다가 창 밖에 있으니
    보호자 옆에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관매도해수욕장

     

     

    손바닥바위

     

     

    하늘다리

     

     

    300년 된 송림

     

     

    손바닥바위 앞 해변

     

     

     

    관매리

     

     

    돌담길

     

     

     

    관매도 가는 길

     

     

    관매도 - 우실 / 손수진

     

     

    저쪽은 바람의 길이고 신의 길이여

     

      돌담이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만드는 바람의 언덕

    만장도 없이 상여 하나 나간다

    할미중드랭이굴을 지나

    하늘다리 쪽으로

     

    아가, 아가, 울지 말그라

    아무리 애달파도 여그서는 보내야 하는 거여

    저쪽은 산 사람의 영역이 아니랑게

    네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아니랑게

     

    하늘 문을 열어달라는 종잡이가 앞장서

    망자 대신 마을을 향해 하직 인사를 하고

    절벽 아래는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달려들고

    바람이 상두꾼의 허리를 휘어감는다

     

    이 사람들아 정신들 바짝 차리게

     

    앞선 사람이 하늘에 빈다

    바람을 재워 주십사

    무사히 하늘다리 건너게 해주십사

    언덕에 남은 이들도 신에게 손을 모은다

    우실을 나간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십사

     

    뱃길 백오십 리

    매화가 아름답다는 섬 관매도

    옥황상제가 공기놀이를 하다 떨어뜨렸다는

    커다란 꽁돌이 있는 바닷가 언덕

    재액도, 역신도 함부로 넘어올 수 없다는 성과 속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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