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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기 월식날 ...
    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11. 12. 10. 23:38

    11년 만의 개기 월식에기왕이면 십자가 넣어다중 노출 좀 해볼까나큰 맘 먹은 김에 다운 파카 걸쳤는데시상에 하늘도 추위를 타는지 두텁고 허연 다운 파카를 같이 걸쳤네발발 떨다 호호 손 비비다가날 곁에만 구름 좇는 줄 알았더니급기야는 달까지 가려월식을 해버렸으이우째 이런 일이...출코에 보니 새벽바람님은 상주까지 쫒아가아주 멋진 장면을 잡아왔더이다.참 대단한 분이로구나...

     

    대전중앙교회. 대사동.

     

     

    개기월식 /  곽은영

     

     

    밤의 문이 열렸어요 이 세계를 견디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800kcal 가게 문을 열고 누가 왔어요 저녁을 먹다간 입가 훔치며 정육점 여자는 일어섭니다 반쯤 닫힌 문틈으로 둥근 밥상 가장자리가 보여요 오늘은 개기월식이 있겠습니다 어린 딸 리모콘을 눌러요 채널을 바꿔요

    여자는 손님에게 웃어보이지요 붉게 물든 장갑을 끼고 비닐장갑을 또 끼고 차가운 살덩어리 하나 척 베어서 저울에 올려요 200g 중력이 달랑 하늘에서는 쓱쓱 사라지는 하얀 달조각 여자는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요

    엄마 나 쉬 마려 칭얼대는 딸 탁탁탁 도마에 칼을 부딪치며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해요 마지막 한 조각까지 쓸어모아 검은 비닐에 담아 들려보내요 달랑 떠 있던 마지막 달 조각이 사라졌어요

    달이 밟고 가는 모든 길에 검은 비단을 깔고 바람은 휙휙 채찍질 구름마저 쫓아버렸어요 이제 무엇을 바치오리까 보셔요 은빛 가면 벗고 강림하신 핏빛 달님 여자는 장갑을 벗고 선지 한 그릇 뚝 떠내요 스테인레스 밥그릇 안에 오늘은 핏덩어리 달이 잠겨요

    36.5 365

    달님의 체온은 몇 도인가요

    엄마 나 정말 쉬 마려 발 동동 구르는 딸 여자는 계집애 팔 잡고 한 볼기 때리고 바지를 까내리고 엄마 한 번 쳐다보고 제 오줌줄기 한 번 쳐다보고 바람이 보듬어가는 어린 것의 지린내 윤기나는 밤의 비단에 싸서 달님 앞에 내려놓아요 하얗고 새초롬한 아가씨 얼굴로 돌아오는 달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아 여자와 아이가 다시 밥을 먹어요 리모콘을 눌러 채널을 돌려요 달은 개기월식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어요 그녀 힐끔, 가게 문을 쳐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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