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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치밥
    기타 etcetera 2007. 12. 31. 22:01

    하루종일 찬바람이 섯돌더니 해가 기울면서 눈발이 뜸해진다.

    그 틈을 타하늘님은 그렇잖아도 파란 얼굴을 내놀까말까기웃거린다.

    누가 남겨 놓은 까치밥일까?

    나태주는 하늘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피를 느꼈으니 손끝이 저릴 수밖에 없겠다.

    까치라도 한 마리 거꾸로 매달려 핏방울을 쪼아먹고 있었다면?

    감성이 풍부하다는 것은감상적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일까.

    까치밥에 대한 애틋한 정서는 시인의 마음에서나 우러나오는가 보다.

    어느 시골길을 가도 어느 도회지 골목을 더투어도 그 흔한 감나무에 까치밥 남긴 경우를 볼 수가 없다.

    인간에게야 그깢 감 하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요, 먹어서 배 부른 것도 아닌 것을.

    먹는건 둘째 치고 눈요기거리로도 그리 아름다운 것을 두고 못보는 허욕이라니...

    감 하나가 눈덮힌 겨울철 날짐승에게는 목숨을 쥐락펴락하게 하잖는가.

    그 감 하나가 하다못해 공원이나 가로수로 심은 나무에도하나 달랑거림이 없다.

    까치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좀 두면 어떨까.

    하는데 이 집은 그런 정취를 아는 지한 가지에만도 여러 개가 매달렸다.

    가람 이병기의 <풍란>에 간죽향수문주인(看竹向須問主人)이라는 싯구가 나온다.

    대나무 심은 것을 보고 주인이 누군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까치밥 남겨놓은 주인이 누굴까?

     

     

    까치밥  /  나태주




    하늘
    심장이
    상처나





    새빨간 피
    떨어뜨렸네

    설화 뒤집어쓴
    감나무 가지


    대롱대롱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

    쩌르르
    손끝
    저리다.

     

    출전시집 하늘의 서쪽 (토우,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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