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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발소1
    기타 etcetera 2008. 1. 6. 18:14



    오늘은 부강 장날이다.

    큰 장은 대개 3,8일이고 4,9장은 어제 지나갔고 뒤져보니 5.10장이다.

    부강의 일심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신택수(73세) 씨는 일제 때 지은 이 건물에서 35년간 이발사를 하고 있다.

    사진좀 찍겠다고 들이대니까 서울에서도 몇 번 왔다 갔다며 카메라 정도는 익숙한 양 자랑이시다.

    게다가 지금 이발을 하고 있는 분은 일제 때 징용되어 일본군 사진을 찍었더랜다.

    한 할아버지는 빡빡머리를 하고 손수 머리를 감고 있다.

    빡빡머리가 나가더니 돼지고기를 한 근 사다가 연탄불에 올려놓고 데작거리기 시작했다.

    어린 돼지를 잡아 맛이 좋다고 선전하는 바람에 그 집이 어디 있어요?

    나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노인회관 있는데 그 앞이여. 무슨 쎈타라나~

    축산물 센타를 찾아 사태 한 근 하고 삼결살 한 근을 샀다.

    부강이란 곳이 전엔 탄산 약수가 유명해서 흥청망청하던 곳인데 지금은 폐광촌이나 다름없다.

    직선거리 4키로미터 밖에행정복합도시 세종시가 들어서니 거기 편입되어야산다는 주민과

    거기 들어가면 다 죽는다는 팀으로 갈라져서 싸우는 플랜카드가 이 골목 저 골목에 시뻘겋게 걸려 있다.

    시에 편입되어서 좋는 점은 시민으로서의 이런 저런 헤택을 받을수 있다는 요량이지만 세금이 문제인 것이다.

    시내인데도 빈집이 여기저기 있는 걸 보면 참 갑갑한 노릇 아니겠는가.

    봉고트럭 사다가 4개 1천원하는 풀빵과 하나에 250원 하는 오뎅꼬치를 파는 늙은 농부도 만났다.

    농사를 지으며 가욋일을 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라 한숨만 내뱉는다.

    그러니 이발 기술이라도 가지고 있는 시골 이발사는 마음이 편한 셈이다.

    몇 년 하다 부숴 없앤다는 말에 아유, 이거 더 두면 문화잽니다.

    예술이예요. 그냥 끝까지 가지고 계셔요~

     

     



    부강 일심이발관.

     

     

    이발관 그림을 그리다  /  안도현

     

     

    지붕이야 새로 이엉을 얹지 않더라도
    왼쪽으로 빼딱하게 어깨 기울어진 슬레이트면 어떠리

    먼 산에 흰 눈 쌓일 때
    앞 개울가에 푸른 풀 우북하게 자라는 마을에
    나도 내 집 한 채 그려넣을 수 있다면

    서울 사는 친구를 기다리며
    내가 기르던 까치를 하늘에다 풀어놓고
    나이발관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누우리
    시골 이발관 주인은
    하늘의 구름을 불러모아 비누 거품을 만들겠지

    이 세상의 멱살을 잡고 가는 시간 같은 거
    내 몸 속을 쿨럭, 쿨럭거리며 흐르는 강물 같은 시
    빨랫줄에 나란히 펼쳐 널어넣고
    무시로 바람이 혓바닷으로 핥아먹게 내버려두리

    내일은 사과나무한테 가서
    사과를 땅에 좀 받아 내려놓아야지, 생각하다 보면
    면도는 곧 끝날 테고

    나 산모롱이를 오래오래 바라보리
    문득 기적 소리가 들리겠지
    그러면 풍경 속에 간이역을 하나 그려넣은 다음에
    기차를 거기 잠시 세워두리

    내가 머리를 다 말리기도 전에
    기차는 떠나야 한다며 뿡뿡 울며 보챌지도 몰라
    그러면 까짓것 보내주지 뭐
    기차야, 여우가 어슬렁거리는 밤길은
    좀 천천히 달려야 한다, 타이르면서

    내 친구는 풀숲을 더듬거리며 오리
    길에 왜 사람이 없냐고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이라도 그려보라 하겠지
    사람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뻔히 알면서
    예끼, 짐짓 모른 체 농을 걸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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