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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석사(浮石寺)문화 culture/불교문화 Buddhist culture 2008. 3. 2. 20:53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신경숙의 축축한 사랑 이야기 <부석사>를 감명 깊게 읽던 생각이 난다.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정말 키가 커서 시원스런 이목구비 뚜렷한 귀족 사내처럼 생겼다.
무량수전은 고등학교 시절 국사시간에 배운 최고의 목조건물인데 최근에 봉정사 극락전이 앞선 것으로 판명되어 그 가치가 떨어지는 듯 했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로 유명해졌다.
" . . .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사람도 인기척도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루,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도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 기둥의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 .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 . "
국보17호인 석등은 동서남북으로 네 보살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보살상은 언제 보아도 살아 움직이는 듯 숨결이 색색거린다.
부석사의 전설을 낳게 한 부석 - 의상이 699년 불법을 닦으러 중국에 도착해 어느 불교 신도 집에서 묵게 되었다.
그 집에 선묘라는 딸이 잇었다. 사랑의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의상이 불법 정진을 위해 선묘를 멀리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의상을 흠모하던 처녀는 의상이 공부를 마치고 10년 후 신라로 건너 갈 때 손수 지은 법복을 전해주려 했으나 배가 이미 떠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의상이 떠나자 처녀는 자신이 용이 되어 의상의 귀향길을 돕겠다며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만다.
용이 된 선묘는 의상이 다른 종파의 반발로 부석사를 못 짓자 커다란 바위로 변해 이들을 위협해 내 쫓음으로써 의상이 절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부석사의 부석(浮石)은 바위로 변한 선묘가 땅 위에 내려 앉았다는 데서 연유했고, 무량수전 왼쪽의 커다란 바위가 바로 선묘가 변한 바위라고 한다.
일설에는 왜란시에 의상이 도술을 부려 물밀듯이 밀려오는 왜군의 머리 위를 넓직한 바위로 덮어 전몰시켰다.
그래서 그 바위가 부석(浮石)이고 지금도 공중에 떠 있다고 한다.
부석임을 알기 위해서 긴 실을 앞뒤로 잡고 바위 밑으로 잡아 끌면 실이 끊어지지 않고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무량수전을 오르던 타사의 스님 한 분이 캠코더를 들이밀고 전경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도량 참 열심히 닦는다는 느낌이 드네요.
부석사의 옛 사역이 사라지고 있다 - 불교신문 (ibulgyo.com)
범종루에 걸린 북과 목어.
목어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물고기로 만 번 종을 쳐야 용이 된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사물(四物)의 하나로 크기나 모양에 일정한 규칙이 없어 모양이나 크기, 색깔 등이 다양하다.
큰 나무를 새겨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달아 놓고, 물고기의 배 부분을 안으로 깊게 파서 울림통을 만든다.
길이 40cm 정도의 나무 채를 양손에 하나씩 나누어 쥐고, 고기의 배 부분을 파서 만든 울림통 속에 넣어 두드려 소리낸다.
대부분의 불교 사찰에는 범종각(梵鐘閣)이 있고, 이 곳에 범종, 법고, 운판과 함께 보관되어 있으며, 아침과 저녁의 예불에서 친다.
수중 고혼과 온갖 어류의 해탈과 이고득락(移苦得樂)을 위하여 친다고 한다.
물고기가 밤낮 눈을 뜨고 살기에 이런 물고기 처럼 수행하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물고기를 기르고 추녀끝 풍경에도 물고기를 걸어 놓는 연유다.
부석사 삼존석불.
오른쪽에 보이는 부석사 삼층석탑은 보물 제249호.
1363년에 중수했다는 봉정사 극락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1376년에 건축된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은 국보 제18호이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덕에 유명해진 무량수전과 배흘림기둥.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빡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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