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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교1
    기타 etcetera 2008. 6. 23. 12:07

    대전에서 국도로 공주 가는 중간쯤 청벽에서 왼쪽으로 꺾어 신원사로 가다가 오른쪽 길가에 왕흥초등학교가 있더라. 주소지는 계룡면 내흥리.  운동장 구석 보호수만큼이나 큰 덩치의 느티나무 밑에는 이미 동네 노인들의 휴식터가 되어버렸다. 화투놀이에 여념이 없는 패거리가 새참 때가 되자 교문 밖에서 일하던 중늙이가 통통통 경운기에 막걸리를 싣고 왔다.막걸리 한 잔에 쇠고기파동 화제가 패거리에 끼지 않은 노인 한 사람 잎에서펼쳐졌다. TV에서나 들었음직한 어휘와 단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피폐한 농촌의현실이 묻어나온다. 폐교는 그대로 폐교인채 보존할 계획인지현관이고 창문이고 꼭꼭 잠겨 있다.현관 유리문너머로 보이는 <21세기는 우리가 맡는다>는 구호가 예나 지금이나 참 허랑하단 생각이 든다. 순박한 시골 아이들에게 거짓말만 잔뜩 늘어놓은 결과밖에 무엇이 남았는가. 어른들의 말장난에 아이들 가슴엔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았을 뿐. 교육계에 만연한 정치적 구호가 사라지는 날은 언제 올까나.

     











    폐교4 왕흥초 http://ktk84378837.tistory.com/5417  폐교3 천장초 http://ktk84378837.tistory.com/3425 

    폐교2 진산 http://ktk84378837.tistory.com/3385 폐교1 왕흥초 http://ktk84378837.tistory.com/3025 

     

     

    폐교 단상 / 정선호

     

    동무들과 뒤엉켜 물고기 마냥 때론 밥풀처럼 공하나에

    시끌벅적 붙어 뛰어놀던 운동장은 한갓지게 누워있고

    순이와 영희가 고무줄뛰기를 하던

    가장자리엔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물을 마시던 수돗가는 검붉게 녹이 쓸어 까닭

    모를 슬픔이 목을 움켜쥔다

    신사임당과 이순신 장군은 그 자리 그대로인데 모두들 어디 가고 삭풍만이 반겨주는가

    ~ 그리운 어릴 적 동무들은 어느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까

     

     

    폐교 수채화 / 서정윤

     

    시골 학교 담장 낙서에 기대어

    힘겹게 버티던 자전거 다리에

    녹이 번져 가고 있었다

    속도감에 대한 욕심, 원주율로 나누어

    붉은 바퀴살 핑그르르 돌려 보고 있었다

    먼지 내려앉아 삐딱하게 깨어진 거울에

    지나가던 부전나비 들여다보곤 제 날개

    용수철로 튕겨 보고 있었다

    졸린 눈꺼풀 비스듬히 닫아걸고

    낡은 축구공 따라다니던 깜장고무신의 수고와

    헐떡이며 따라오는 흙먼지의 집요함 속에

    발등의 까만 때 포물선 생각하며 고개 저었다

    잠깐 여유에 번지는 질경이와 망초대

    구석 쪽부터 자리 잡고는 버티고 있었다

     

    구름 두드리는 종소리에 잠깨는 페달

    시간 풀밭의 흔적이 문을 닫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짓이겨져 흩어진 풀잎 냄새가

    씨앗과의 약속을 절반만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자전거에 눌어붙은 오래된 녹으로

    무릎에서 발목까지 관절이 삐걱거렸다

    가쁜 숨 몰아쉴 뿐이었다 아버지만큼

    자전거도 내리막길을 참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

    꽃무릇 한 무더기 저 혼자 심심하다고

     

    -시집 노을의 등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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