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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검찰청(大檢察廳)
    기타 etcetera 2008. 8. 27. 12:08

     

    하마터면 드라마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호기심으로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친구는 달랑 숫가락 하나 들고 객지생활을 한 시골친구다.

    오랜 기억이지만 성격도 막돼먹어서 부모고 선생이고 혀를 홰홰 내돌리는 통제불능의 막무가내였다.

    한문에 박식한 아버지가 조합장을 해서 조합장집이라 불렀는데 4남2녀 중 세째였다.

    첫째는 초등학교 교사로 최근 퇴임을 했고, 네째는 대전으로 학교를 보내 내가 담임까지 했던 집안이다.

    친구는 초등을 졸업하고 맨손으로 튀쳐나와 객지생활을 하였다.

    온갖 장사를 다 해보고 최근까지는 유리집이며 목욕탕이며 치킨집을 하다가 지금은 건강원을 하고 있다.

    큰아들이 인문계를 나와 법대를 가고 고시공부를 한다고 모임 때마다 장원급제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여태 소식이 없자 그 아버지의 아들이지 그게 쉬운 일이냐 질투 부러움 낮춤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대절한 버스를 턱 타고 내리니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 예식장이다.

    식장에는 검찰총장의 축하 화환이 떡 버티고 있다.

    신부가 검찰청 직원인가 지레짐작하였다. 신부대기실의 신부를 얼핏 보니 인물이 미스코리아였다.

    우와 장난이 아닌데, 순간 속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신부 화장한 여자치고 이쁘지 않은 여자 어디 있을까가 아니라 바탕이 그랬다.

    예식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의 면면이 아무래도 촌티가 줄줄 나고 예상보다 꼬죄죄한 것이 좀 의아했다.

    13시가 되어도 예식 시작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신부 아버지와 신랑은 뻘쭘 서서 축하객 맞이하다 신부입장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밀려서 신부 엄마가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뭐야? 만천하에 이렇게 널리 알려 손님을 초대해 놓고 웬 말씀?

    사회자 마이크는 어딜 갔다가 늦어졌다고 지금 오시는 중이라고 멘트가 있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옆에 서 있던 시골친구 와이프에게, 잘하면 우리 막장 드라마 볼 수 있는 건가요?

    신랑신부는 대학 1년부터 사귀었는데 고시 공부 몇 년 하던 신랑은 정년이 보장되는 현대아산병원에 취직했고,

    신부는 흐르는 얘기로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중이라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직검사였다.

    그래서 검찰청 예식장을 활용한 것이었고 피로연도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하기로 한 모양이다.

    30분이 지나도 신부 엄마는 나타나질 않고 우리는 배가 고파서 구내식당인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1식3찬 구내 음식에 불고기며 연어 회며 떡이며 몇 가지 추가한 간촐한 피로연 음식이 딱 맘에 든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그때사 위 예식장에서 행진곡이 들려온다.

    결혼을 하긴 했는가? 신부 엄니가 오긴 온 모양이네,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음, 하긴 했는 모양인데 앞으로 사는게 드라마겠구나.

    인생이 드라마라면 좀 재미 있는 드라마냐 재미 없는 드라마냐의 차이밖에 더 있겠냐.

    니 드라마는 좀 재미나단 반응들이라 시청률이 약간 높겠지.

    이쪽에서 쑤근 저쪽에서 쑥덕 부러워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혼란스런 가운데 시간이 지난다.

    자식 가진 부모들은 그래도 법조계와 인연을 맺은 친구편을 다 부러워한다.

    입신출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유교사상과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현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념이다.

    세속에 쩔어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해서 하는 일이니 그 쪽에서 최선을 다할 밖에...

    대검찰청 건물은 걸핏하면 뉴스에서 보아온 장면이라 눈에 익다.

    정권이 바뀌는 전후 이름 깨나 있던 정재계의 인사들이 드나들며 카메라 후레쉬를 받던 곳이다.

    건물 로비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법원에 대응하여 설치된 최고 검찰기관. 대법원 관할사건에 대한 검사사무, 전국 검찰사무의 지휘 감독, 기타 검사사무를 통괄하는 최상급 검찰청으로, 전국을 관할하고 서울에 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발족한 대검찰청에는 기관장인 검찰총장과 부기관장인 차장검사 아래 총무부, 중앙수사부, 형사부, 공공수사부, 강력부, 공판송무부, 감찰부 및 사무국의 7부 1국 17과 2담당관과 검찰연구관이 있고, 산하기관으로는 4개 고등검찰청, 12개 지방검찰청과 36개 지방검찰청지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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