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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네킹에 관한 명상 / 강남주
끈적끈적한 시선을 털어내며
노 브라, 노 팬티로 앉았다.
버스는 달려가고
승용차는 달려가고
사람의 발길은 멈칫거리고
그런 가운데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거리.
방 속 깊은 곳에 숨지도 못한다.
거리에 나앉지도 못한다.
한숨도 자유롭지 못한 아프로디테
나의 여자다.
아니, 남의 여자다.
여자가 앉아 있는 창 앞에
어깨 처진 남자의 그림자 하나가
스쳐가고 있다.
기웃거리고 있다.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출전 장자의 바가지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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