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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야 ~기타 etcetera 2009. 1. 7. 20:03
충견 백구가 있었다.
앞면이 터진 썰렁한 집에서 말뚝에 목줄이 매인 채로 집도 잘 지키고 밥도 맛있게 먹고 잠도 푸짐하게 잘 자던 백구가 있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 눈을 잡겠다고 어린 아이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백구가 있었다.
어느 여름날 동네 청년들에 의해백구가 끌려 갔다.
잘도 짖어대던 개가 낯선 청년들이 들어서자 무언 낌새를 차렸는지 짖지도 못하고 꼬리를 감추고는 눈길을 슬슬 피했다.
첨에는 이방인에게 끌려가지 않겠다고 뒷다리에 힘을 주고 바둥거렸다.
목줄만 없었더라면 도망이라도 가보았을 터인데 목을 좌우로 몇 번 흔들어 보았을 뿐 도리가 없었다.
어느 순간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삶을 포기하는 빛을 어린 내 가슴에 남겨줬다.
질질 끌려가지도 않았다.
성큼성큼 따라갔다.
죽음을 각오한 백구는 오히려 홀가분해하는 것 같았다.
백구는 동네 옆으로 흐르는 개울가의 버드나무에 쇠줄로 목을 매단채 달려 있다.
동네 꼬마들은 무섭기도 하고 재미도 나는 이 사건을 구경하겠다고 개울둑에 둘러섰다.
건장한 청년 둘이 좌우에서 지그재그로 섰다.
그들의 손에는 지게 작대기가 들려 있다.
청년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번갈아가며 백구를 내리쳤다.
백구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이리 뒤틀리다 저리 뒤틀리며 대롱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구의 혓바닥이시퍼렇게 변하면서 길게 늘어졌다.
청년들은 백구를 내려놓더니 짚불로 털을 그을르기 시작했다.
백구의 털이 타는 노린내와 그으름이 구름처럼 동네를 감싸돌았다.
개울가 번번한 바위돌은 금방내 뻘건 피로 물들고 내장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내 사지도 절단되어 이 집 저 집으로 나누어졌다.
청년들은 저녁에 따로 모여 머리와 내장으로 술판을 벌였다.
그때 백구를 먹은 청년들은 벌써 칠순 안팎이 되었다.
그들이 남들보다 더 건강하다던가 더 못하다던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도 백구를 먹기 시작했다.
개를 패 죽이는 이유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수축된 근육이 풀어져야 맛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는 조상들의 지혜다 운운하면서 다른 생명체의 죽음을 미화 내지는 인간의 살육행위를 합리화시키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도 모자라 일본에서는 8명의 전문 마사지사가 8시간동안 마사지를 한 연후에 도축한 쇠고기가
일반 쇠고기의 4배 값인데도 부족하단 뉴스를 본 옛날 얘기까지 하면서.
그때마다 백구가 떠올라 좀 쯥쯥하다.
백구 http://ktk84378837.tistory.com/1725 http://ktk84378837.tistory.com/5865 황구 http://ktk84378837.tistory.com/2485 흑구 http://ktk84378837.tistory.com/6779
돌아온 백구(白狗) / 김시종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 간지 석 달 만에
칠 백 오십 리의 먼 길을 찾아
되돌아온 진돗개 백구(白狗).
옛 주인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말 못하는 짐승이 먼 길을 그렇게 찾아왔을까?
개도 마음만 먹으면
저렇게 기적을 이룩하는데,
개만도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근본을 모르는 사람은 개만도 못하다.
개의 해에 개가 뭔가를 보여주어
개들이 새삼 우러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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