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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78호 갑곶리 탱자나무 Poncirus trifoliata문화 culture/천연기념물 natural monument 2009. 4. 30. 16:26
강화도 갑곶리 탱자나무. 천연기념물 제78호인 강화 갑곶리의 탱자나무는 사기리 탱자나무(제79호)와 함께 꼿꼿하다. 병자호란 때 적군을 방어하기 위해 성벽 아래 심었다고 안내문은 전한다. 대성국민학교 동창회에서 강화도를 가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은 행운을 얻었다.
중국이 원산인 운향과의 탱자나무는 억세고 촘촘한 가시 때문에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열매인 탱자는 건위, 이뇨, 거담, 진통 등에 약으로 쓴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탱자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가 생긴 배경이다
.초(楚) 영왕이 키가 작달막한 안자(안영의 존칭)를 비웃어 말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 초왕은 당시 제나라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에 이런 심한 농담을 함부로 해댔다. 안영은 서슴지 않고 태연히 대답하였다.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우리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안영의 능수능란(能手能爛)한 말솜씨에 기세가 꺾인 영왕 앞으로 포리(捕吏)가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가갔다. 영왕은 안영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 죄인의 죄명을 밝힌 다음,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는도다." 이 말을 들은 안영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嬰聞之 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릅니다[葉徒相似 其實味不同]. 그러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所以然者何 水土異也]. 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성인(聖人)은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하오. 과인(寡人)이 오히려 부끄럽소." 제나라 출신의 죄수를 안영에게 보여 줌으로써 안영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초왕의 계획은 결국 이렇게 끝났다.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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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여인숙 / 서규정
가시가 가시를 알아보듯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지
맨살을 처음 감싸던 붕대가 기저귀이듯
쓰러져 누운 폐선 한척의 기저귀를 마저 갈아주겠다고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 바닷가엔
탱자나무로 둘러쳐진 여인숙이 있지
들고, 나는 손님을 요와 이불로 털어 말리던 빨랫줄처럼
안주인이 더 외로워 보이기를
바다보다 더 넓게 널린 상처가 따로 있다는 듯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손에 들고
탱자나무에 내려앉는 흰눈
모래 위엔 발자국
손님도 사랑도 거짓말처럼 왔다, 정말로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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