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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의 투신 자살
    풍경 landscape 2009. 5. 25. 08:57

    대사연 정기출사일.

    파랭이님이 준비해오신 음식을 따뜻할 때 먹기 위해 천안삼거리 휴게소에 내리는데

    고문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자택 인근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자살했다는 전언.

    할 농담이 따로 있지 하면서 부랴부랴 라디오를 틀었더니 ...

    아이쿠야 세상에 이런 일이 ...

    큰 일 났구나.

    TV를 보면 알겠지 휴게소 안으로 쫒아 갔더니 꺼져 있는 상태.

    둘러봐도 사람들 표정엔 아무런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대한민국 좁은 땅 시대를 불문하고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구나.

    이 일을 어찌할꼬.

    희극 보다는 비극의 매력이 더 큰가.

    비극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주류를 이어왔다.

    이젠 슬픔에 지칠 때도 되었나 웃으며 살자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슬픔은 자연스러운데 웃음은 억지스럽다.

    역시 우리 민족은 애상적이고 감성적이다.

     

     

    당초 밀밭을 꿈꾸었다가 취소했다가 그래도 가보자 해서 온 목장은 휑뎅그레 했다.

    아직은 흐린 안개가 그나마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들어와 벌판을 비춘다.

    희망의 빛일까.

     

     

     

    그가 남기고 간 말은 간략하고 응축되어 있고 상징적이다.

    명문장이 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공자의 말대로 죽을 때가 되어야 깨닫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허망한 반면 값어치가 있다.

    개인의 죽음이 가져온 이성적 판단에 세상은 온통 감성적 발언들로 야단법석이다.

    이성과 감성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일이다.

    이튿날은 유서까지 공개가 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안성목장.

     

     

    슬픈 희망을 노래하며   /    채상근

     

     

    남은 희망이 있는가 그대

    꽃을 피우는 일은 이제 너무나 잔혹하다

    깨끗한 사람을 만나기엔

    검게 그을린 세월이 용납하지 못한다

    바람 부는 날 그대

    이제 남은 희망이 있다면

    쓰러지지 않고 살다가

    그리웠던 그대 불현듯 만나는 일일세

    길을 가면서 그대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슬픈 노래 몇 소절 중얼거리다가

    아 그리운 그대 사랑했었다고

    마지막으로 노래를

    소리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날아가는 새처럼

    그리운 그대 떠나는 일일세

    그리운 그대여

     

     

    수록시집 거기 서 있는 사람 누구요 ( 문학마을사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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