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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족발
    풍경 landscape 2023. 6. 6. 11:48

    가끔 오일장에 장보러 간다. 목표물은 주로 야채며 과일이다. 마침 김을 무럭무럭 뿜어내는 돼지족발이 찜통에서 쏟아져나와 아우성이다. 어휴 속이 다 시원하네. 뜨거워 죽는 줄 알았어. 맞어 나는 숨막혀 죽는 줄 알았제. 이놈 저놈 입도 없는 놈들이 질세라 시끌벅적 다투어 떠들어댄다. 소리에 민감한 나는 시끄러워 귀부터 틀어막았다. 뜨거운 족발은 몰캉거리며 진득거리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고 식어 굳은 족발은 꼬들거리며 고소한 씹힘이 제맛이다. 족발인지 족인지 역전앞인지 역전인지 꼬랑내 나는 잉여적 문법논쟁을 할 때는 아닐 것이다. 콜라겐이 어쩌구 하는 말도 나중 얘기다. 지금 침이 꼴깍거리는데 그냥 지나치면 숨이 꼴까닥거릴 것이다. 새우젓을 찍어 천국행열차를 타 볼까나! 유성오일장.

     

     

    족발을 굽는 사내 / 김상현

     

     

    오일장 장터 귀퉁이에는

    맨발의 사내가 족발을 굽는다.

    발가락 사이에 양념을 발라가며 족발을 굽는다.

     

    구워진 구릿빛 족발 밑으로

    삶에 그을린 사내의 발가락이 희망을 밟고 있다

    사내의 발가락이 어미돼지의 젖꼭지처럼 살아 숨을 쉰다.

     

    꿈은 발가락에도 넘실댈 때가 있다.

    한산한 장터,

    좌판에 쌓여가는 족발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꿈을

    족발을 굽는 사내는 오늘도 꾸고 있다.

     

    음악처럼 꿈틀거리는 사내의 발가락에는

    족발에 대한 감사가 묻어있다.

    좌판에 구워놓은 족발이 다 팔린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발에도 한결 힘이 실릴 것이다.

     

    -시집명 : 몸속의 꽃, 2016, 시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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