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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는 허물을 남기고...
    풍경 landscape 2023. 1. 23. 17:35

    봄과 가을인 '춘추(春秋)'라는 책은 중국 공자가 저작했다는 인류 최고 역사책 중의 하나입니다. 4계절을 모두 살아보아야만 봄과 여름의 차이, 가을과 겨울의 차이를 알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저 고대 중국의 장자(莊子)라는 분이었고 조선의 다산 정약용이었습니다.

    장자는 그의 책 '장자'에서 매미는 봄과 가을(春秋)을 알지 못한다”(蟪蛄不知春秋, 해고부지춘추)라는 말을 남겼고, 다산은 그의 유명한 정치변혁의 논리인 '탕론(湯論)'이라는 논문에서 장자의 그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여름 한철만 잠깐 살다가는 매미, 봄도 가을도 모르지만 겨울도 모르는데, 봄과 가을인 '춘추'가 역사책이기 때문에 겨울은 언급하지 않고 봄과 가을만 모른다고 했습니다. 4계절의 변화, 바로 인간 삶의 변화이자 역사의 변혁을 상징하기에 '춘추'라고 책의 이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 박석무

     

     

    허물 / 복효근

     

    나무 둥치를 붙잡고 있는 매미의 허물 속

    없는 매미가 나무 위에 우는 매미를 증명하듯

    저 매미는 또 매미 다음에 올 그 무엇의 거푸집인 것이냐

    매미의 저 울울(鬱鬱)한 노래가 또 무엇의 어머니라면

    세상의 모든 죽음을 어머니라 불러야 옳다

    허공에 젖을 물리는 저 푸른 무덤들

     

     

    매미 / 신재화

     

    나무 둥치에 헌 집 하나가 매달려 있다

    등골을 찢어 몸은 떠났는데 사지 눈동자 감싼 꺼풀 고스란히 나무 한 축을 밀고 있다

    곡두가 이렇게 선명할 수 있나

    한사코 붙박이인 동작은 굼벵이 시절의 이골일 것이다

    완강하게 연필을 쥐고

    매미는 여름을 적다 떠났다

    물관으로 스민 육필의 울음소리 때문인지

    꼭두서니빛 잎사귀가 더운 바람을 밀어내며 뒤척이곤 한다

     

    -2022년 호미문학상 동상

     

     

    선음(蟬唫)   /  정약용

     

    委蛻空空樹杪懸(위세공공수초현) 벗어 버려 텅 빈 허물을 나무 끝에 매달고

    猶然鐵爪抱持堅(유연철조포지견) 쇠 발톱으로 의연히 단단히 안고 있다만

    方其羽化登仙日(방기우화등선일) 날개 돋아 신선이 되어 가는 날에는

     終古無人得覘天(종고무인득첨천) 예로부터 아무도 천기를 엿본 이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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