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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가리 & 두루미
    풍경 landscape 2023. 1. 8. 20:23

    대전천 풍경. 대전 하면 떠오르는 상징이 목척교였다. 일제강점기에 경부선 개통 이후 형성된 그 목척교를 끌어 안고 원도심 지역을 관통한다. 대전의 우리말은 한밭이며 큰 들, 넓은 들이란 의미로 그 넓은 들을 통과하는 대전천이지만 7km 남짓하다. 대전은 대전천보다 두 배나 긴 유등천과 5배나 긴 갑천 등 3대 하천을 두고 있다.  

     

     

    왜가리 아가씨 / 백경화

     

     

    아침 일찍 유등천으로 운동을 간다

    벌써 나온 왜가리 아가씨

    혼자 나와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쩜 내가 카메라 들고 갈 줄 알았나 보다

    처음 만나던 날은 카메라가 총으로 보였는지

    화들짝 놀라서 달아나더니

    요즘은 내가 좋아 보이는가 힐끔힐끔

    곁눈질로 쳐다보며 그냥 서 있다

    꽃사슴처럼 긴 목에 댕기 머리하고

    복고풍 항아리 회색 원피스 입고

    세련미와 고고한 자태까지 겸비한 그녀

    슬쩍슬쩍 나를 바라보며 유혹한다

    그렇게도 고고한 그녀는

    가끔 포악하게 물고기를 잡아

    꿀꺽 통째로 삼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들의 삶이라 여기고

    그 날렵한 몸짓과 리얼한 매력에 흠뻑 빠진다

    이제 유등천에 가서 왜가리 아가씨 없으면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두루미 / 최병호

     

     

    오랫동안 학으로 불러왔다

    한탄강 가에서 목만큼이나 긴 부리로

    미꾸라지와 붕어 뱀까지

    일격에 잡아먹는 너를

    우리는 소나무 위에만 올려놓고 보았다

     

    - 사실 난 아무렇게나 불려도 좋아

     

    나의 관심사는 오직 배불리 먹으며 이 추운 겨울 나고, 다시 아무르강 가로 돌아가 튼실한 자식놈 만드는 것뿐

    가끔 강가에 준설 작업하는

    중장비 엔진 소리 들리지 않기를 전처럼 물가엔 미꾸라지 물속엔 붕어가

    물 반 고기 반 넘쳐나길 바랄 뿐

    빈들에 이삭들이 풀뿌리들이 풍성하길 바랄 뿐

    사람들 수시로 터트리는 셔터 소리에 깜짝깜짝 놀랄 일 잦아들기를 바랄 뿐

    삼백 년 전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그림 모델로 연명할 때처럼

    일상이 평화롭기 만을 바랄 뿐

     

    나는 소나무 위에 잘 오르지 않아

    그건 사람들의 희망일 뿐

    외다리로 빈들에 서서 자는 나는

    학이든 두루미든 재두루미든 상관없어

    나는 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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