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
이야기가 흐르는 골목풍경 landscape 2021. 11. 19. 11:15
문정식당서 달인 짬뽕 맛지게 먹고 옥천5일장 휘둘러보고. 낡은 집 / 김태숙 벌판에 집 한 채 반생 고스란히 쌓였을 풍경이 얇다 오래 방치된 날들이 비집은 틈새마다 세월의 흔적 등고선처럼 찍혀 있고 유행마저 지나친 형색 더듬으면 함구했던 과거가 잡히기도 하는 그 싸늘한 입자는 얇아지기 직전의 아픔과 방심 이전의 깊은 곳까지 몸피 부풀렸을 것이다 가끔 늦은 귀가가 있는 날이면 무관심에 쩍쩍 가라진 굳은살 같은 심사를 들여다보는 일이란 세월의 가장 바깥으로 내몰린 기억을 데려오는 것이며 벌어진 안쪽으로 저물고 있는 나를 살피는 일이다 밟힐수록 단단해지는 땅에 두 발 견디어 본 사람은 안다 중력이 때론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지를 그리하여 오랜 체념을 견디는 그 안은 많은 이야기가 잠겨있어 사방 험난하다 ..
-
교회가 있는 골목풍경 landscape 2021. 2. 8. 22:09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대사동 대전중앙교회 ktk84378837.tistory.com/409 골목 / 이정록 손으로 코를 막고 죽고 싶었다 생애 끝까지 참고 싶었다 괄호를 닫고 싶었다 죽는 것만은 내 맘대로 하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대갈통이 양은냄비처럼 끓어올랐다 온몸이 양은냄비 노란 뚜껑처럼 들썩거렸다 태초처럼 콧방귀가 터졌다 참을 수 없이 살고 싶어졌다 세상이 나 때문에 숨을 쉰다는 걸 알았다 너무 쉽게 다시 살고 싶어졌다 눈물과 콧물이 생명수란 걸 알았다 눈물과 콧물이 가장 큰 자산인 걸 알았다 울기 좋은 골목이 나를 반겼다
-
공주 산성시장 골목풍경 landscape 2021. 2. 8. 21:56
섣달 차가운 하늘에서 밝고 따스한 햇볕이 쏟아진다 시장골목인데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다 작년 이맘때 쯤엔 사람이 쌓였는데... 자물쇠가 걸려있는 가게 안은 먼지만 쌓여 간다 동태포 뜨는 아주머니 주문이라도 받았나요 오늘은 손님이 몇이나 되려나 공주 산성시장 ktk84378837.tistory.com/9270 ktk84378837.tistory.com/9380 달팽이집이 있는 골목 / 고영 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 따각따각 걸어들어와 어둡고 찬 바닥에 몸을 누이는 슬픈 골목이 있고, 얼어터진 배추를 녹이기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태우는 새벽 농수산물시장의 장작불 소리가 있고, 리어카 바퀴를 붙들고 늘어지는 첫눈의 신음소리가 있고, 좌판대 널빤지 위에서 푸른 ..
-
공주 산성시장 山城市場풍경 landscape 2020. 9. 30. 20:28
붉은 햇살 아래 차양막 열기로 한가위 인절미가 익어간다 고춧가루 반죽은 치열한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변신은 무죄라고 외친다 이 정도 되어야 전통시장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나지 봄에 뜯어 삶아 냉동실에 숙면하던 쑥을 녹여 익히는 동안 한켠에서 먼저온 손님의 쑥떡을 잘라 비닐봉지 포장작업을 한다 들마루에선 인절미 담을 비닐봉투 뒤집기 작업을 하고 안쪽에선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해 찹쌀가루와 쑥을 치대는데 요로코롬 이쁘다 기름집에는 쑥인절미 하는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는데 희한(稀罕)하다, 떡집에는 떡 하는 사람이 없다 한발짝 트니 둥근잎나팔꽃을 키우는 집도 있고 미인을 키워 항시 대기시키기도 하지만 코로나19 탓일까 속이 갑갑하데 수도꼭지에서 터진 콸콸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오늘은 팔릴까 찰지게 맛난 저 가죽비..
-
수암골3풍경 landscape 2016. 12. 20. 22:17
청주. 소전리 http://ktk84378837.tistory.com/5493 대동산1번지 http://ktk84378837.tistory.com/3511 수암골 http://ktk84378837.tistory.com/1347 http://ktk84378837.tistory.com/1348 http://ktk84378837.tistory.com/7155 http://ktk84378837.tistory.com/7940 감천동 http://ktk84378837.tistory.com/2456 골목 / 진 란 (1959~) 눈 깊어진 당신이 귀 얇아진 당신이 지난 시간의 흔적을 밟아온 휘파람 소리는 은회색의 저녁, 긴 꼬리를 끌어당긴다 사람꽃 져버린 자리, 온기 없는 골목이 슬그머니 미끄러진다 서쪽으로 밀린 구..
-
수암골2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16. 2. 29. 22:53
소전리 http://ktk84378837.tistory.com/5493 대동산1번지 http://ktk84378837.tistory.com/3511 수암골 http://ktk84378837.tistory.com/1347 http://ktk84378837.tistory.com/1348 http://ktk84378837.tistory.com/7155 감천동 http://ktk84378837.tistory.com/2456 골목 / 이정록 손으로 코를 막고 죽고 싶었다 생애 끝까지 참고 싶었다 괄호를 닫고 싶었다 죽는 것만은 내 맘대로 하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대갈통이 양은냄비처럼 끓어올랐다 온몸이 양은냄비 노란 뚜껑처럼 들썩거렸다 태초처럼 콧방귀가 터졌다 참을 수 없이 살고 싶어졌다 세상이 나 때문에 숨을 쉰..
-
가회동 골목풍경 landscape 2015. 11. 16. 10:51
중국관광객. 넘쳐난다. 담쟁이 돌담의 정취. 중국관광객. 여기도 저기도... 앙증맞은 자리공 열매. 은행잎에 덮힌 만물식품. 재치가 넘치는 벽화. 웨딩촬영. 경찰공화국. 전통 매듭. 고혹적인 남천 열매. 안개비를 맞아가며 일행은 경복궁으로 갔는데 파랭이, 빨간모자와 함께 북촌마을까진 역시 못가고 가회동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여기가 중국인지 서울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중국말이 귓전을 때린다. 덕분에 사진이 밋밋하지 않아서 고맙기도 하다. 가회동에서 / 김행숙 한낮인데도 사위는 어둡다 오래된 가회동 거리에 서면 왠지 낯이 익어서 곧장 골목으로 빨려들고 만다 백년은 되었음직한 옛날의 흔적 그 정적에 닿아 내가 떨어뜨린 무수한 시간을 누가 쓸어 담고 있는가 막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단발머리 소녀가 걷는다 마시..
-
청주 수암골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10. 7. 6. 13:52
SBS 드라마 '카인과 아벨' 촬영지라는건 가서 일았고.그때 드라마 재미 잇어서 열심히 보았었고.김동리의 '카인의 후예'를 떠올리며 감상했던 기억도 새롭고.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이복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이고.형제를 둔 아비 입장에서 조금은 연결도 지어보던... 대동산1번지 http://ktk84378837.tistory.com/3511 수암골 http://ktk84378837.tistory.com/1347 http://ktk84378837.tistory.com/1348 감천동 http://ktk84378837.tistory.com/2456 돌의 반역 -序, 카인의 변명 / 서정윤 두려웠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나는 태연한 척했지만 하늘은 아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당신은 진노하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