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etce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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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마력!기타 etcetera 2016. 5. 4. 23:28
새싹 - 공광규 겨울을 견딘 씨앗이 한 줌 햇볕을 빌려서 눈을 떴다 아주 작고 시시한 시작 병아리가 밟고 지나도 뭉개질 것 같은 입김에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도대체 훗날을 기다려 꽃이나 열매를 볼 것 같지 않은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떤 꽃이 필지 짐작도 가지 않는 아주 약하고 부드러운 시작. 시집 ‘소주병’(실천문학사) 중에서 봄은 날마다 기적을 목격하는 계절이다.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들도 겨우내 꽝꽝 언 냉장고 속에서 꺼낸 것들이지 않은가. ‘입김에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여린 새순들이 딱딱한 나무껍질을 거침없이 뚫고 두 팔을 뾰족이 내민다. 돌멩이를 들추고 올라오는 새싹은 어떤가? 단단한 아스팔트를 거북등처럼 균열시키며 올라오는 쑥대궁들은 어떤가? 화초를 심으려고 베란다에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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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여관 골목기타 etcetera 2015. 9. 7. 13:35
지금은 선화로로 바뀌었지만 예전에 이곳 정동과 중동10번지를 지나려면 겁이 덜컥 났었다. 대전이 직할시로 떨어져 나가기 전에는 영동 보은 옥천 금산 논산 태안 안면도 사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녀석은 보은에서 올라온 고3라고는 해도 건장한 더꺼머리였다. 점심 먹고 느지막이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큰길 마다 하고 골목길을 지나는데 총각, 좀 쉬었다 가요. 손에 이끌려 들어간 방에는 그만한 계집애가 하나 있었는데 어둑한 불빛 아래서도 낯이 익었다. 기억을 끄집어내 따지고 따져보니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며 자초지종을 듣고나니 기사도정신이 살아났다. 이후로부터 녀석은 계집애를 구출해낼 방법을 궁리 하다하다 제 힘으로는 어림칠푼어치도 없음을 알고 담임인 내게 털어놓았다. 낸들 뾰족한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