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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족산 鷄足山
    초목류 wild flower/종합세트 synthesis 2017. 11. 17. 23:03

    횟잎나무 열매는 보석이다. 

     

    보석이 또 있네? 지지난 주 장령산과 지난 주 천태산이 부담스러웠기에 황톳길을 가볍게 걸어보자고 찾은 계족산이다. 낙상할라 낙상홍. Ilex serrata 

     

    이 산 저 산 이 골짝 저 골짝 개나리가 만발했다. 세상의 어지러움을 나리 나리 개나리도 아는가? 내년 봄은 어쩌려구?

     

    야생화는 왜 길가에 나서 이 사람 저 발길에 채이고 밟히는가.

    남산 제비꽃 하나가 이 차가운 날 옷조차 잃어버리고 한 팔은 부러친 채 지나는 나그네의 바짓가랭이를 부여 잡는다.

     

    임도를 내느라 허리 동강낸 경사길 응달 올 마지막 구절초가 찬바람을 견딘다.  찬바람보다 무서운 건 눈길 어느 누구도 주지 않는 현실이다.

     

    예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애기단풍은 의장대처럼 꼿꼿한 자세로 가지런히 서 있고

     

    단풍은 붉은 카펫을 깔고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붉은 세상을 만들었다.

     

    애기단풍과 단풍이 만들어낸 붉은 세상을 잠시나마 상큼하게 대해준 것은 저 북미가 고향인 캐나다단풍 때문이다.

    동색이니 동족인 줄 알았을까? 아직은 이 땅에서 보기 어려운 설탕단풍인데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은 걸까.

     

    캐나다단풍의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 식도락을 하렸더니 길가에 개쑥부쟁이가 말을 건다.

    여름날 벌초 때 허리 잘리지 않은 녀석은 씨앗을 매달았는데, 허리 잘렸던 녀석은 겨울의 문턱을 찬연하게 밝혀준다.  

     

    다시 길을 나서니 낭아초가 그 많은 자식들을 매달고 바람에 댕그락거린다.

     

    떡갈나무 단풍이 이다지도 아름답던가.

     

    낙엽송의 화려한 변신은 골짝마다 등불을 켠듯하다.

     

    하늘을 날 때는 단풍이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낙엽 속에 앉으니 사람을 봉사로 만드는 네발나비의 은신술.

     

    기온이 뚝 떨어진 걸 알고 다람쥐도 털을 부풀리고 바쁘다 바빠 남은 도토리 어디 없나 보자.

     

    이건 뉘집인가.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에도 끄떡없을 커다란 바위아래 얼마 전부터 항균도 되고 방한도 잘 된다는 황토를 짓이겨 전통한옥을 짓더니 문까지 철커덕 잠궜다.

     

    이렇게 숲과의 대화는 좋다! 누런 햇살이 현수막을 물들일 즈음 저쪽에서 뛰어오는 키 크고 늘씬하고 어여쁜 데다 긴생머리를 뒤로 묶어 찰랑거리며 조깅에 나선 달리기 선수를 보니 에효! 소리가 절로 난다. 가벼이 걷자 했던 애초 계획과는 달리 황톳길 13.5km 에 주차장까지 1.6km 를 걷다 보니 무릎 아닌 발에 부담이 온 것이다.  

     


    뉴스를 듣다가 / 김태권

     


    구름이 몰려온다

    거무튀튀 밀려온다

    바람이 우당탕 불어

    불그죽죽 달려온

    아낙은 빨래를 걷고 아이는 소를 몰아온다

    비가 쏟아질 줄 알고 한바탕 수선을 떤다

    다들 안다 조금만 늦어도 

    온몸이 물에 빠진듯 젖어서는

    새앙쥐처럼 벌벌 떨 줄을.

     

    구름이 몰려온다

    용골대처럼 덮쳐온

    바람이 투당탕 밀려온다

    붉은 바람이 오랑캐처럼 닥쳐온다

    아낙이 걷을 빨래는 사라지고 아이는 몰아올 소도 없

    비가 퍼부을 줄 알고 부산을 떤다

    다들 안다 한참을 늦어도 

    온몸이 무중력의 공허함에 젖어서는

    무덤마저도 두렵지 않음을. 

     

    넬라 판타지아~ Nella Fan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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