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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백扁柏나무 hinoki cypress
    초목류 wild flower/측백나무과 Cupressaceae 2012. 9. 10. 12:45

     

     

     

    한밭수목원.

    편백扁柏나무 hinoki cypress. 편백(扁柏)의 扁은 작다는 뜻이고 柏은 측백인데 일본 원산의 상록교목이다. 회목(檜木), 히노끼(ヒノキ), 노송나무라고도 한다. 학명 Chamaecyparis obtuse. 구과목 측백나무과 편백속의 상록비늘잎교목. 높이 30~40m, 폭 1~2m 가량이며, 나무 껍질은 적갈색이고,

    실편백 http://ktk84378837.tistory.com/3622

    측백나무 & 서양측백나무 & 편백나무 구분 http://ktk84378837.tistory.com/2041

     

     

    편백나무의 영토 / 최류빈

     

     

    면면이 창백한 사람들 어깨 접고 섰다

    여기부턴 백의종군의 성토라는 듯 흰 돌 줄 지어 방어진을 펴듯

    빙벽 너머에선 얼음 부서지는 소리 풋내 가시지 않은 고사리들이 손을 엮더라

    물의 결정들이 고공침투하는 이 계절 예측된 왜란은 없다

     

    나를 밀어낸 이 땅의 생채기다 아니 내가 속한 영토의 설움이다

    나 밀어낸 저 이기의 숙명이다 아아, 너를 뒤덮는 물이-

    함초롬히 오른다

     

    그 속에서 고고한 죽문(竹文) 청화백자 하나

    전운을 감지한 듯 바닥부터 미묘히 진동하고 있다

    그저 대나무 줄기 죽비처럼 뻗어 저 장롱 속에 웅크리면

    약탈될 뿐 절대 깨어질 일 없는 백자의 관상

    왜놈들의 신줏단지라도 모시며 반짝거릴 수도

    어디 가 빌붙어 치욕스레 요강이나마 살 수 있었다

    바람 앞 불길이 거세, 고왔던 유약 다 녹아나는 시간

    백자는 이토록 찬란한 사금파리가 되는 방식, 스스로 택한 거다

    먼저 청학 날아가던 날개 깨 집어 아무렇게나 겨누고

    부리가 그려졌던 조각 집어 칼처럼 끝을 맞드는 거다

    고고한 외다리 학은 집어 치우고 털 뽑힌 민둥 두루미처럼

    두 다리 벼락처럼 지상에 꽂는 비수

    그 다음은 구름이 살았던 길을 어루만져보는 거다

    깨진 구름이야말로 심장에 낮게 걸려 두려움 가려주는 방패를 살아

    저기 굴러다니는 대나무 뼈와 깨지지 않는 학의 눈동자

    구름에 가린 달처럼 푸르게, 붉게 점염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끝 마다 이 생의 지문 다 묻히고

    불꽃 속부터 다시 구워지는 탄신이 저 편에서 오는데

    백의 벗고 푸른 눈동자 켜는 조각들 쩍쩍 대륙처럼 갈라지다가

    눈동자 속 스테인드글라스로 딱, 휘영청 야밤의 빛 머금다가

     

    숲의 육신에 가로줄을 긋고선 점멸하는 눈

    초록에 새하얀 눈 침범해도 이 곳은 아무래도 편백나무의 땅

    북유럽 어느 비밀의 숲처럼 아무리 밀어도

    길쭉한 장대, 장승처럼 서서 하는 무언의 포효

    표정을 지우고 곁을 내주면 장성을 쌓아

    머리를 털고 탈고하는 계절,

     

    눈 내린 편백나무 설경, 하얀 숲에서

    깨어진 죽비 틈으로

    붉은 상처 밀려 오르더라

     

    -최류빈 시집 <오렌지 신전>(보민출판사)

    -9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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