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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해는 끼치지 말아야...기타 etcetera 2007. 12. 26. 09:10
22일(토)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모항항으로기름방제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시커먼 원유 1만5천여톤이 유출된 사상 최대의 이 사고는
지난 12월 6일 정박중인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해상크레인을 실은 삼성중공업 예인선의 통신이 두절되면서 일어난 인재 중의 인재였다.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에게 돌아갔고 불쌍한 건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고 힘 없고 배운 것 없는 농어민이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은 이렇게 큰 사고일 줄 꿈에나 생각했을까.
사고를 일으킨 쪽은 서로 발뺌을 하느라 난리 부르스고 보험회사측은 피해 증거가 없다고 보상을 할 수 없단다.
세상 참 웃기지?
학생 282명이 1만7천원씩 내서 버스 7대를 빌리고 교사 13명이동참해서
새벽 6시에 출발 9시에 도착해서 작업복을 갖추고 나니 10시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우리 옆에는 한발 앞서온 서울대생도 스쿨버스 앞에서 작업복을 갈아입고있었다.
시커먼 기름을 걷어내고 닦아내길 3시간, 오후 1시도 안되어 대양으로 나갔던 물이 급속히 들어와 빠져나왔다.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인구는 오늘까지 23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00만명이 목표치라는 걸 생각하면 방제는 아직도 먼 셈이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 http://ktk84378837.tistory.com/3531 http://ktk84378837.tistory.com/3533 http://ktk84378837.tistory.com/3534모항(母港) / 이강산
바다는 모두 떠나보내고 일몰만 남겨두었다
바다는 잘 익은 감빛이다
겨울 바닷바람에 떨며
나는 저 바다의 숲 왼쪽 모퉁이에 감나무 한 그루 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감나무 아래 장독대가 있고 앞바퀴가 휘어진 자전거 옆에 쭈그려 앉은 사람이 어머니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나는 방바닥으로 뚝뚝 햇살방울이 듣는 붉은 기와집, 옛집 풍경의 갯벌 속으로 빠져들 것이고
그러면 엊그제 마지막 남은 앞니를 뺀 어머니가 나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릴 것이다
보일듯 말듯, 한 번도 골짜기를 보여주지 않는 바다
한 번도 골짜기를 들여다보지 못한 어머니
그러나 뒤꼍 귀뚜라미 울음 같은, 그 어렴풋한 말이 무슨 말이든 나는 다 알아들을 것이므로
짐짓 못 들은 척 감나무만 바라보다가
나 홀로 서해까지 달려온 내력이라도 들킨 것처럼 코끝이 시큼해지다가
우우우,
원순모음이 새나오는 어머니의 닭똥구멍 같은 입 속으로 피조개빛 홍시 몇 알 들이밀 것이다
- 마포에서 탈출한 곰소 남자, 생의 절반을 잘라냈어요
- 지금쯤 청양 외딴집의 여자 가수는 밤바다를 노래하고 있을 거예요
- 다들 감나무만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바다는 일몰마저 떠나보내고 혼자 남았다
나는 저 바다의 숲 어딘가 틀림없이 감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강산 시집 [모항]. 실천문학사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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