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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Ⅲ·1980(5.18×5.27㎝) 李暎浩作 / 황지우
그 길은 모든 시간을 길이로 나타낼 수 있다는 듯이 直線이다. 그리고 그 길은, 그 길이 마지막 가두 방송마저 끊긴 그 막막한 심야라는 듯이, 칠흑의 아스팔트다. 아, 그 길은 숨죽인 침묵으로 등화 관제한 第一番街의, 혹은 이미 마음은 죽고 아직 몸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낮게낮게 엎드려 발자국 소리를 듣던 바로 그 밑바닥이었다는 듯이, 혹은 그 身熱과 오열의 밑 모를 심연이라는 듯이, 목숨의 횡경막을 표시하는 黃色線이 중앙으로 나 있다. 바로 그 황색선 옆 백색 ↑표 위에 백색 ×표가 그어져 있고 횡단 보도에는 信號燈이 산산조각 되어 흩어져 있다. 그 신호등에서 그 백색 ×표까지, 혹은 그 백색 ×표 위까지, 혹은 캔버스 밖 백색 벽 위에까지, 火急하게 지나간 듯한 정글화 자국들이 수십, 수백, 수천의 拇印들처럼 찍혀, 있다 마치, 그 길은 끝끝내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길이었다는 듯이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문학과지성사 )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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