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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靑紗燈籠)심상 image 2008. 5. 2. 21:36
첫째는 2006년 2월 13일 공군에 지원하여 근무하다가 27개월 군복무를 끝내고 5월 5일 제대한다.
제대를 앞두고 편지를 보냈더니 좋아라고 지난 휴가 때 휴대전화를 살려 가져가더니 고맙다고 전화가 왔다.
영어 잘하는 나라가 잘 살더라는 이명박대통령의 말 이후에 더욱 가열된 어학연수를 녀석도 계획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생략하려고 카투사를 지원했는데 공대 건축과 다니는 사람도 합격하더니 영교과 다니는 녀석은 떨어졌었다.
마침 배치받은 부대는 군산 38비행단인데 미공군이기에 영어회화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거고...라는 대답이다.
어학연수는 6개월은 잡아야 효과가 있다 하고 어디로 가든 그 비용이 2천만원 정도라니 혼자 월급쟁이하는 집안에서 과연 보내야 하나 고민거리다.
둘째는 3월 25일 의정부 103보충대에 입대하여 25사단에 배속되더니 신병교육대에서 40여일간의 훈련을 마쳤다.
제 말로는 좀 빡셌다고 하는 걸 보니 하약한 몸에 좀 괴됬던 모양이다.
70연대 1대대 4중대에 배치받았다는 행정보급관의 전화를 아내가 2일 저녁에 받았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부대에서 자식 걱정 말라고 자식 통해 전화까지 주는 군대다.
3일날은 소대장이라고 걱정 말라고 전화가 와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소대장에게 연락 주십사고 했다나?
주소지를 검색하니 경기도 문산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부대가 위치한다.
딱 보니 화기중대요 105미리 박격포부대다.
아비는 야 화기소대에 배치받아 60미리 똥포를 둘러메고 발발거렸는데 아들은 야 짚차에 싣고 왔다갔다 하겠다?
아비보다 훨 낫네!
청사초롱 / 윤꽃님
어느 여류시인은
태워 숯을 남기는 불이 지난 뒤
물이 되어 만나자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불로 만나고 싶다
차가움보다는 따스함으로 만나고 싶다
냉기도, 한기도, 열기도 아닌 온기
어둠은 물론
키 큰 나무도, 넓적한 바위도 밝히고
흐르는 시냇물도, 흙빛 벌판도 밝히고
은은히 조명발 주어 세상을 돋보이게 하는
청사초롱으로 청사초롱으로 그대를 만나고 싶다
붉고 푸른 작은 불빛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보충해주고
함께 빛나는,
모든 낭만적 열정과 모든 이성적 냉정도 다스리는,
꺼지지 않고 살그마니 서로를 비추는 삶
불같은 사랑과 그걸 뒤집는 물같은 사랑,
역설적 양극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는 그 중간도 있다는 걸,
그 간극을 채우는 메신저가 필요하다는 걸
밝히고 싶다
그러니, 그러니 그대여
수 천 광년 멀리 떨어져있다 해도
내 그대에게 다가가리니,
밤과 아침을 잇는 새벽이 되어
천상과 지상을 잇는 무지개가 되어
판도라 상자의 질시도, 싸움도 없이
청사초롱의 눈빛으로 다가가리니
우리는 이 세상 영원한 별의 화석이 되리
수록시집 거미 배우 ( 동학사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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