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목(怪木)기타 etcetera 2009. 11. 6. 18:22
계룡산
계룡산
천태산
천태산
계룡산
하늘이 걸터앉아 있는 나무들 / 김나영
구부러진 꿈을 펴서 길을 만든다.
사람들은 땅 위로 길을 내고
나무들은 하늘로 길을 낸다.
잎새 뒤에 몸을 감추고 끊임없이 길을 뽑아내는 저것들 좀 봐
가지 끝 생장점마다 수많은 혓바닥을 헐떡거리며
제각기 움켜 쥘 하늘로 달려가는 나무들,
꽝꽝나무, 말오줌때나무, 아그배나무, 왕쥐똥나무, 층층나무, 이스라지나무, 병솔나무,
새덕이나무, 까마귀베개나무, 쉬나 무, 좀꽝꽝나무, 비쭈기나무…
그 이름에 걸맞는 몸짓으로
한 생애를 길에서 다 써 버려도 좋을 기세들.
그 대열에 주저앉은 한 그루 나무가 있다.
이름도 없이 뭉그러진 아랫도리만 바라보는 괴목을
하늘이 짓누르고 앉아 있다.
어떤 꿈의 회오리가 생의 중심을 저리 뒤틀어 놓았을까.
내 손바닥 사이에서 길들이 몸을 움츠린다.
'기타 etcete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류장6 - 소정리 (0) 2009.11.23 호수엔 빗방울 듣고 (0) 2009.11.10 고씨동굴- (0) 2009.10.19 본드걸 김연아 (0) 2009.10.17 이승복과 독서하는 소녀 (0)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