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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風景)의 살해(殺害)-기타 etcetera 2010. 1. 4. 10:43
깜짝 놀랐다.
풍경의 살해라니.
그 독창적인 사유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는, 나처럼 교직을 수행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일까?
사진을 하는 사람 중에도 지금까지 하지 못했을 듯한 생각을 어찌 하게 되었을까.
이는 엄청난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그 권영준은 연평고등학교 학생부장직을 맡고 있다.
연평고등학교는 에전에 조기잡이로 유명했던 연평도에 있는 학교다.
가만 보니 초.중..고가 함께 있는 조그마한 벽지 학교다.
그 아름다운 섬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이다.
감히 그런 경악스럽고 끔찍하기까지한 생각을 하다니...
권선생님, 그 사유의 끝을 놓지 마시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심사위원의 말마따나 넓은 곳으로 나오시길 기원합니다.
언젠가 편지 드리리다.(kyjk123@hanmail.net)
아래 사진은 수상작과 함께 실린 교육닷컴에서풍경의 살해 / 권영준
기억될만한 풍경이 스쳐 지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풍경은 이미 창백하게 숨져 있다
갓 피어난 저 꽃도
지금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도
좀 전의 그 꽃이 아니다
좀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든 가을산,
화사한 웨딩드레스의 행복한 웃음의 육질이
예리한 시선의 렌즈에 떠져 액자에 걸리고 있다
사람들은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우고
풍경은 사물의 표정을 쉴새없이 베어 추억에 걸어둔다
이것이 시간이라 불리는 슬픈 통념임을 아는 자들은
풍경의 살해에 함부로 동참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풍경은 새로 태어나
이미 죽은 꽃잎과 사랑을 속삭이며
시선의 칼날이 닿지 않는 먼 미래에
광속도로 이관된다
한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쉼 없이 타오르던 풍경들아,
창백한 시간이 날(刀)이 너의 마지막 웃음을 베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아름다운 꽃잎 앞에 섣불리 무릎을 꿇지 마라
너는 다시는, 지금 스쳐 지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한국교육신문 시당선작 2010.1.1
심사평
시 부문 당선작 ‘풍경의 살해(권영준)’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정도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시에 의하면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풍경을 살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카메라로 찍은 풍경을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풍경의 존재가 살해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운다’고 한다. 이 얼마나 예리한 시적 사유인가. 그의 다른 응모작 또한 언어의 숨결에 힘이 있고 상상력이 뛰어났다. 아직 충분히 소화되지 않거나 숙성되지 않은 거친 부분이 있다는 점이 큰 단점이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교단시단에만 머물지 말고 더 넓은 한국시단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 이가림 인하대 교수․정호승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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